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주리의 아버지 비토리오 포초

축구계의 명장들/명장열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주리의 아버지 비토리오 포초

토르난테 2020. 7. 2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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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革新)

 

혁신이란 무엇인가? 묵은 조직이나 제도ㆍ풍습ㆍ방식 등을 바꾸어 새롭게 하는 일이다.

축구팀을 운영하면서도 이런 혁신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많다. 클럽 팀은 물론이고 국가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자신과 함께 성공을 했던 선수단을 대대적으로 개혁하는 일은 쉽지가 않다. 쇤, 메노티, 베아르초트, 리피, 델 보스케, 뢰브 다 이런 면에서 큰 실패를 했다.

그러면 월드컵을 연속으로 우승한 감독은 없을까? 정답은 아니다. 단 한 명이 있다.


그리고 이 감독의 특징으로는 핵심 멤버 두 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아홉 명을 모두 세대교체해서 월드컵 2연패에 성공한 감독이라는 점이다.

감독으로서 월드컵 2연패에 성공한 유일한 남자, 바로 이탈리아의 감독 비토리아 포초이다.

 

메토도

 

1929년 이탈리아의 감독에 부임한 비토리오 포초는 이탈리아의 독재자 무솔리니로부터 1934년에 개최될 이탈리아 월드컵의 우승을 명령받았다.

포초가 활동하던 시기의 유럽 대륙에서는 2-3-5 피라미드 시스템이 유행하고 있었다. 2-3-5 피라미드는 수비진과 공격진을 피라미드와 같은 모양으로 배치한 형태다. 다만 인사이드 포워드들이 오늘날의 세컨드 스트라이커의 위치까지 전진 배치되어있어 미드필더 라인이 엷어질 우려가 있었다.

1920년대를 주름잡은 피라미드 시스템


이에 포초는 1930년대를 질주한 유벤투스의 전술을 본받아 인사이드 포워드들을 오늘날의 공격형 미드필더의 위치까지 내리는데 이를 메토도 시스템이라고 한다. 이 메토도들은 윙어와 센터 하프의 중간에 배치되었으며 반윙반중의 뜻인 메짤라라고 불렸다.

이 메짤라라는 자리에 위치한 인터 밀란의 전설 주세페 메아차는 훌륭한 드리블 실력과 뛰어난 공격 조율 능력을 겸하며 팀의 공격을 이끌었으며 페라리는 넓은 시야에서 나오는 정교한 패싱 능력과 넓은 활동량으로 양 윙 하프들과 연계하며 팀의 중원 장악에 큰 공헌을 한 선수였다. 그리고 이 두 선수는 두 대회의 월드컵에서 팀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주세페 메아차와 지오반니 페라리는 메토도 시스템의 핵심 선수들로서 아주리 군단의 수 많은 우승에 공헌했다.


그리고 초대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를 준우승으로 이끌었던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들인 오리운디들을 대표팀으로 대거 유입시키기 시작한다.

이탈리아는 순식간에 헝가리, 오스트리아에 견주는 이탈리아의 강호로 부상했다. 그러나 포초의 이탈리아에도 시련은 있었다. 중유럽 컵에서 다뉴브 학파의 선두주자이자 펄스 나인을 활용하는 마이슬의 분더 팀에게 홈에서 패배한 것이다.

이로 인해 세리에 A의 5연패를 이끈 유벤투스의 수비 라인인 칼리가리스와 로제타는 대회를 앞두고 전격 교체하는 강수를 뒀으며 대표팀 붙박이들이 본보기로 교체되자 다른 주전 선수들은 긴장했다.

1934 월드컵 이탈리아 대표팀 베스트 11, 메토도 시스템을 채용했다.


이탈리아는 16강에서 미국을 7-1로 대파했으며 8강에서는 스페인을 재경기 끝에 떨어트렸으며 4강에서 중유럽 컵 챔피언 오스트리아를 만나게 된다.

이탈리아는 오스트리아에 비해 전력적으로 열세였지만 홈 관중의 응원과 심판판정이라는 홈 어드벤티지가 있었다. 센터 하프 루이스 몬티는 센터 포워드인 마티아스 진델라를 집중 마킹하며 그를 괴롭혔고 진델라가 묶이고 구아이타가 선제골을 넣자 오스트리아는 이탈리아의 두터운 미드필더진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고 이탈리아는 중유럽컵에서의 복수에 성공했다.

몬티는 도살자라는 별명답게 진델라를 무참하게 저지했다.


결승전 체코슬로바키아전에서는 푸츠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라이문도 오르시의 동점골로 연장전에 돌입했으며 연장에서 스키아비오의 결승골로 승리를 거뒀다. 이탈리아는 체코슬로바키아의 네예들리의 공격 지휘에 고전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두꺼운 미드필더진에 막혀 네예들리에게는 상대적으로 적은 기회만 주어졌다.

포초는 유벤투스의 5연패를 이끈 베테랑들과 나이가 서른이 넘은 노장 오리운디들을 앞세워 월드컵을 우승했으며 이듬해에는 중유럽컵도 우승한다. 하지만 포초는 노장들과 계속 나가는 게 아닌 훗날을 기약한다.

 

세대교체

 

1935년 중유럽 컵 우승 이후 포초는 세대교체를 단행한다. 주전의 아홉 명을 교체했으며 대부분 1936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의 멤버로 채웠다.

특히 가장 눈에 띄는건 센터 하프 자리의 역할 교체인데 거친 수비를 앞세웠으며 견고한 수비력으로 오늘날의 앵커맨이나 스토퍼와도 같았던 몬티의 대체자로 정 반대의 스타일을 가진 우루과이 출신의 오리운디인 미켈레 안드레올로로 교체했다.

안드레올로는 거친 수비와 왕성한 활동량보다는 넓은 시야로 정교하고 창의적인 패싱력을 앞세우는 선수로 오늘날의 레지스타의 시초로 불리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수비적인 역할에서는 몬티에 비해 한참 부족했지만 중원을 장악하는 역할에서는 훨씬 뛰어났다.

레지스타의 시조중 하나로 꼽히는 미첼레 안드레올로


이로 인해 헐거워질 수 있는 수비라인을 윙 하프들을 수비적으로 후진 배치하며 오늘날의 백 포 시스템과 유사한 대형을 갖추게 된다.

그리고 1935-36 시즌에 지오반니 페라리가 유벤투스에서 인테르로 이적해 주세페 메아차와 클럽에서 호흡을 맞추게 되는 호재도 발생하며 조직력은 극대화된다.

비록 구아이타가 이탈리아-에티오피아 전쟁에 끌려간다는 루머에 고국 아르헨티나로 도망치는 사건이 발생하지만 볼로냐의 아웃사이드 라이트인 비아바티도 훌륭한 선수였기에 충분히 대체가 됐다.

1938 프랑스 월드컵 이탈리아 베스트 11


193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도 이탈리아는 거칠 것이 없었다. 16강에서 약체라 불리던 노르웨이에게 2-1로 신승했지만 8강에서는 개최국 프랑스를 3-1로 대파햇으며 4강에서는 레오니다스를 빼고 방심한 브라질을 격파하고 결승에서는 오스트리아와 함께 스위칭으로 유명한 다뉴브 학파의 거두 헝가리를 만나게 된다.

4년 전과는 달리 프랑스에서 격돌했지만 헝가리마저도 이탈리아의 압도적인 미드필더 앞에서는 무릎을 꿇었으며 안드레올로 페라리 메아차의 지원을 받는 실비오 피올라와 지노 콜라우시가 각각 멀티 골을 기록하며 4-2로 헝가리를 대파했다.

1938 월드컵 우승


포초는 세대교체와 전술교체를 망설인 다른 감독들과는 다르게 세대교체에 따른 전술적인 교체도 완벽하게 하며 2020년 현재까지도 월드컵에서 2연패를 한 유일한 감독으로 남았다.

포초는 제 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이탈리아의 감독직을 유지했는데 이번에는 W-M 시스템에서 토리노의 멤버들을 주축으로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단행했으나 토리노 선수들이 수페르가의 비극으로 모두 목숨을 잃었으며 포초도 나이가 들어 지쳐서 은퇴하게 되었으며 이후 이탈리아는 카테나치오로 부활하여 유로 68에서 우승하기 전까지 암흑기를 겪는다.

 

숙제

 

1927-1930 중유럽 컵 우승

1931-32 중유럽 컵 준우승

1934 이탈리아 월드컵 우승

1933-35 중유럽 컵 우승

1936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

1938 프랑스 월드컵 우승

비토리오 포초가 지속적인 세대교체로 낸 성과이다.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토리노 멤버들이 수페르가의 비극을 겪지 않았다면 월드컵 3연패를 노릴 수도 있었을 정도로 이탈리아는 지속적인 세대교체가 잘 되던 팀이었다.

그리고 이후에도 포초의 아성을 노리는 수많은 명장들이 등장했지만 실패했다. 브라질이 2연패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도중에 감독 교체가 있었다.

알프 램지, 마리우 자갈루, 헬무트 쇤, 세자르 루이스 메노티, 엔초 베아르초트가 월드컵 2연패에 도전했으나 실패했고 베켄바우어와 카를로스 알베르투 파헤이라, 에메 자케,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는 월드컵 우승을 하고 박수 칠 때 떠났다.

마르첼로 리피, 비센테 델 보스케, 요하임 뢰브가 다시 도전을 이어나갔지만 모두 차기대회에서는 조별예선 탈락에 그치며 부진했다. 그리고 2018 러시아 월드컵 우승팀인 프랑스의 감독 디디에 데샹이 이 도전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한 데샹은 유로 2021과 2022 카타르 월드컵의 우승도 노리고 있다.


데샹은 젊은 선수들을 주축으로 우승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지루, 그리즈만, 마튀이디, 요리스라는 베테랑 선수들이 있었으며 젊은 선수들이라도 저번과 유사한 선수단을 데리고 나오면 전략전술의 노출이 심화될 수 있다.

월드컵 2연패를 위한 세대 교체와 신구 조화는 디디에 데샹 감독에게도 하나의 숙제로 남았다.

아직 2년이나 남았지만 "과연 데샹은 어떤 선택을 할까?"라는 관전 포인트도 훗날 카타르 월드컵을 지켜보는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박수용의 토르난테 - 동네 아저씨의 축구 썰 관리자
박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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