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스쿼드- (완벽한 퍼즐을 찾기 위한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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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스쿼드- (완벽한 퍼즐을 찾기 위한 방법은?)

토르난테 2020. 5. 3.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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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대로 (以逸待勞)

삼십육계의 승전계 제4계의 해당하는 병법으로 "쉬면서 힘을 비축했다가 피로에 지친 적을 맞아 싸우다."를 뜻한다.  

이 병법은 축구에서도 상당히 중요한데 스쿼드를 운용하는 방법에 따라 강한 팀을 약하게 만들기도 하고 약한 팀을 강하게 만들기도 한다.  

즉 양질의 백업을 확충하여 주전 멤버가 부재하는 상황이나 중요한 경기에서 핵심 선수의 체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기 위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경기에서 지친 핵심 선수들에게 휴식을 부여하고 대신 백업 멤버를 출전시켜 출장시간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게 중요하다.  

양질의 백업 멤버를 잘 활용한 사례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1993-94 시즌, AC 밀란의 감독 카펠로는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세리에 A와 UEFA 챔피언스리그를 모두 우승하며 더블 크라운을 이뤄냈다.  

밀란의 전성기를 이끈 오랜지 삼총사

밀란의 전성기를 이끈 '오렌지 삼총사'의 멤버들인 프랑크 레이카르트와 루드 굴리트가 카펠로와의 의견 충돌로 팀을 떠났으며 남은 마르코 반 바스텐은 잦은 부상을 극복하고자 연골 이식 수술을 감행했으나 실패해서 뛸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반 바스텐의 공백을 메워야하는 발롱도르 위너 장 피에르 파팽은 끝없는 부진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루드 굴리트를 대체하기 위해 임대 영입한 브라이언 라우드롭 역시 밀란에서 적응에 실패했다.  

루마니아 대표팀의 라이트 윙인 플로린 러두치오이우와 츠르베나 즈베즈다에서 유러피언 컵 우승을 주도했던 레프트 윙인 데얀 사비세비치는 윙어의 수비 가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카펠로가 원하는 영입이 아니었으며 그저 구단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의 개인적인 선호에 의한 영입이었으며 카펠로의 바람에 의해 역대 이적료를 갱신하며 영입한 토리노 출신의 윙어 지안루이지 렌티니도 잦은 부상에 시달렸다.  

레이카르트의 공백을 드사이로 메꾸며 사키의 유산인 말디니-코스타쿠르타-바레시-타소티라는 수비라인을 견고하게 다지며 역습을 노리는 "선 수비 후 역습"의 전술로 리그에서 고작 36골만 득점하고도 실점을 15 실점으로 낮추며 스쿠테토를 획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결승전에 올랐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경기 포스터

결승전 상대는 바르셀로나였는데 이 시점에서 AC 밀란은 상황이 굉장히 좋지 못했는데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결승행을 이끈 중앙 수비 조합인 프랑코 바레시와 알레산드로 코스타쿠르타가 한 명도 아니고 두 명 모두 경고 누적으로 결승전에 나올 수 없었다. 그리고 최고 이적료의 주인공 렌티니도 이때 부상으로 팀을 이탈했다.  

거기다가 상술했던 베를루스코니의 무분별한 외국인 용병 영입으로 외국인 공격수는 많았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 한 번에 선발로 출전할 수 있는 외국인 용병은 고작 세 명이었다.  

이런 상황을 아는 크루이프도 자신감에 차서 "밀란이 특별한 점이 없고 수비를 중시한다.", "우리는 호마리우랑 계약했고, 밀란은 드사이랑 계약했다. 그거면 설명이 될 것이다."라며 카펠로를 도발했다.  

하지만 크루이프가 간과한 점이 하나 있었다. 주전과 주전의 대결에서는 바르셀로나가 우세할 수 있어도 카펠로에게는 주전을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는 백업 선수단이 있었다. 본래 레프트 백으로 활약하던 말디니는 센터 백도 능숙하게 소화했으며 갈리, 파누치, 사비체비치, 마사로 등의 백업 멤버들이 주전 선수들의 공백을 잘 메꿨다.  

우승의 기쁨을 누리는 AC 밀란의 선수들

실제로 다니엘레 마사로는 피오렌티나 시절 이탈리아의 최고의 유망주 중 한 명이었으나 루드 굴리트에게 오랜 세월 밀려있던 선수였으나 이 경기에서 그동안의 울분을 풀 듯 두 골을 넣었다. 그리고 다른 백업인 사비체비치가 추가 골을 넣었으며 크루이프가 직접 지목하며 깔아뭉갠 드사이 역시 득점을 기록하며 '드림 팀'이라 불리던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4-0이란 대승을 거두며 팀의 다섯 번째 빅이어를 획득하고 빅 이어의 영구 소장을 이뤄냈다.  

이 날 AC 밀란의 승리를 분석하던 많은 사람들은 로테이션과 백업 멤버의 중요성을 알게 됬으며 마침 1996년 용병 출전 제한마저 완화되자 구단들은 더블 스쿼드 구축에 열을 올렸다. 

이 더블 스쿼드를 가장 강력하게 구축했으며 이로 인해 단일 시즌 기준으로는 역대 최강으로 꼽히는 2012-13 시즌의 바이에른 뮌헨이 좋은 예시다. 

망연자실하는 고메스를 위로하는 하인케스

유프 하인케스가 이끌던 바이에른 뮌헨은 2011-12 시즌 강력한 주전 멤버를 보유하고도 얕은 선수층으로 인해 주전 멤버의 부상과 체력 관리 실패로 분데스리가와 챔피언스리그, 그리고 DFB-포칼에서 모두 준우승을 거뒀다.  

이에 자극받은 바이에른 뮌헨 수뇌부는 단테, 하비 마르티네스, 제르단 샤키리, 클라우디오 피사로, 마리오 만주키치 등을 영입하며 선수층을 강화했다. 그리고 2012-13 시즌의 바이에른 뮌헨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DPL-슈퍼 컵을 우승한 것을 시작으로 분데스리가와 챔피언스리그, 그리고 DFB-포칼을 모두 우승하며 트레블을 이뤄냈으며 54경기의 공식 경기에서 46승 5무 3패라는 압도적인 전적을 보여줬으며 151골을 득점하고 33골만 실점하는 공, 수 양면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강팀을 상대로 매우 강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탈리아의 챔피언 유벤투스를 상대로 홈과 원정에서 4-0으로 이겼으며 티키타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세우며 세계 축구를 지배하던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홈과 원정에서 도합 7-0으로 대승을 거두기도 했으며 백업 멤버들 위주로 기용한 경기에서도 함부르크를 9-2로 이기는 등 주전과 백업 모두 고른 활약을 보였었다.  

2012-13 시즌에 트레블을 이룬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

이 시즌에도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단은 부상에 시달렸다. 시즌 초에 마리오 고메스가 전력으로 이탈했으며 홀거 바트슈투버는 아예 시즌 아웃을 당했으며 후반기에는 토니 크로스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었다. 하지만 이들을 시즌 초에 주전 경쟁에서 밀리던 로번과 이적생인 단테와 만주키치가 훌륭하게 매꾸며 바이에른 뮌헨은 지난 시즌의 아픔을 씻어낼 수 있었다.  

이런 성공 사례들로 인해 지금도 자금력이 풍부한 강팀들은 더블 스쿼드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노리려면 더블 스쿼드는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하지만 이 더블 스쿼드의 구축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며 구축을 하더라도 이 많은 선수단을 최소한의 불만으로 효율적이게 운용하기는 스쿼드 구축보다도 더 힘들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과유불급 (過猶不及)

논어 선진편에 나오는 말로 공자의 제자 자공이 공자에게 "사와 상은 어느 쪽이 어집니까?" 하고 묻자, 공자는 "사는 지나치고 상은 미치지 못한다"라고 대답하였다. 자공이 "그럼 사가 낫단 말씀입니까?" 하고 반문하자, 공자는 이렇게 답했다.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  

잠깐 유교 서적인 논어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해봤다. 더블 스쿼드의 논리도 이와 같기 때문이다.  

더블 스쿼드는 항상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성공사례는 극히 드문 케이스다. 심지어 성공했더라도 오래 유지하지는 못한다.  

일단 더블 스쿼드를 구성하려면 스쿼드 구성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하며 투자할 수 있는 돈은 재정적 페어플레이 룰에 인해 구단별로 한계치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선수층을 두텁게 하려면 주전 선수들의 전력 약화를 초래하는데 축구는 기본적으로 11명이 하는 스포츠라 베스트 일레븐의 비중을 낮게 잡기는 어렵다.  

이런 무리한 더블 스쿼드를 구축하려다가 항상 구단과의 마지막이 좋지 못했던 감독 중에는 펠릭스 마가트가 있다. 

마가트와 디에구는 서로 사이가 나쁘다.

펠릭스 마가트는 중견 규모의 구단에서도 더블 스쿼드를 넘어서 트리플 스쿼드를 구성하려는 특이한 감독이었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받는 선수들을 여럿 영입하고 잘 활용하며 볼프스부르크에서 분데스리가 우승을 거뒀으나 샬케 시절에는 노장들을 몰아내고 상대적으로 이름값이 떨어지는 선수를 여러 명 영입하며 스쿼드의 양으로 승부를 보려 했고 처음에는 리그 준우승을 거두며 선전하나 결국 다음 시즌 도중에 경질당하는 굴욕을 당한다.  

그리고 자신에게는 영광의 땅인 볼프스부르크로 돌아왔으나 중앙 미드필더 자리에만 여덟 명을 영입하고 이름값이 떨어지는 선수들을 영입하며 복권을 긁는 행동과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당시로서는 쉽게 쓸 수 없던 3000만 유로를 써서 여러 명을 영입했으나 1기 때와는 달리 이 영입들이 성공하진 못했다.  

마가트는 잦은 영입과 방출로 인해 선수들을 장기짝 취급했으며 이 점을 이용해 선수들에게 "너 아니어도 출장할 선수는 많다." 라며 경쟁을 유도하고 압박하는 전술을 취했다.  

하지만 선수단은 대부분 이에 불만을 품었으며 팀 분위기는 곤두박질쳤으며 이는 성적으로 이어지며 2012-13 시즌 초반에 팀 성적은 1승2무5패로 최하위로 쳐지자 2012년 10월 마가트 감독은 경질되었다.  

마가트가 경질되자 팀 분위기는 호전됐으며 마가트가 해임된 직후의 경기인 포르투나 뒤셀도르프 원정에서 4-1로 대승을 거두기도 했다. 이때 마가트와 갈등이 심했던 팀 핵심 공격형 미드필더 지에구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경기는 너무나도 재미있는 일이 되었습니다. 저는 90분 동안 뛰면서 상황을 즐겼죠"라고 말하면서 마가트가 있을 때와 없을 때를 비교하며 "모든 선수들이 자유로워졌습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에요. 그 누구도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고, 이 때문에 자신감 있는 플레이가 나왔습니다. 대행 감독인 로렌츠는 각 선수의 재능을 깊게 파악하시면서도 존경심을 갖게 하는 인물입니다." 라며 마가트를 돌려서 비판했다. 그리고 시즌 막바지에는 리그 10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달리기도 했다.  

디에구의 말처럼 마가트의 이런 지나친 더블 스쿼드의 부작용은 컸으며 이는 선수들의 불만을 초래했으며 주전 경쟁에 대한 사소한 실수에도 두려움에 떨게 했다.

비단 실패한 팀이 아닌 성공한 팀에서도 부작용이 없는 건 아니었는데 상술했던 카펠로의 밀란에서 레이카르트와 굴리트라는 에이스 선수들이 떠난 이유도 로테이션 정책으로 인한 출전시간 감소에 불만을 품고 떠났던 케이스다.  

레이카르트를 대신한 드사이는 훌륭한 수비수이지만 본래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는 어색했으며 수비력에서는 레이카르트를 대체할 수 있었지만 볼을 다루는 능력과 시야, 그리고 팀의 중심을 잡는 카리스마에서는 레이카르트에게 한참 밀리는 선수였다. 루드 굴리트의 공백을 메꾸려고 영입한 젊은 포워드 브라이언 라우드롭은 AC 밀란에 적응하지 못했으며 굴리트의 오랜 백업인 다니엘레 마사로는 굴리트보다도 한 살이 많은 노장이었다.  

굴리트의 대체자 다니엘레 마사로

결국 선수단의 두께를 강화하는 대신 주전 선수단의 질적 하락을 겪었다. 그리고 일부 백업 멤버들은 주전 경쟁의 과정에서 낙오해서 팀을 떠나게 된다.  

바이에른 뮌헨도 이 스쿼드의 멤버를 오래 잡아둘 수는 없었다.  

만주키치와 하비 마르티네스의 영입에도 고메스와 구스타부가 잔류한 것은 현재로서는 경쟁에서 우위에 있거나 동등한 관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메스와 구스타부 모두 주전 경쟁에서 밀리는 모양새를 보였으며 이들은 2013년에 새 감독인 펩이 와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고 이적 요청을 한다.  

볼프스부르크에서 재회한 고메스와 구스타부

특히 다음 해인 2014년에는 월드컵이 있었으며 이들은 국가대표팀 주전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처지였어서 빅클럽의 오퍼도 거부하고 고메스는 피오렌티나로 이적하고 구스타부는 볼프스부르크로 떠나며 각각 실력에 비해 작은 규모의 클럽으로 이적했다.  

더블 스쿼드는 이처럼 오래 유지하기 상당히 힘들다. 그럼 최적의 더블 스쿼드의 구성을 하면서 고려할 점은 무엇일까?

비육지탄 (髀肉之嘆)

삼국지연의에서 유비가 유표와의 술자리에서 우연히 화장실에서 일을 보다가 자신의 허벅지가 살이 쪄서 굵어졌음을 알게 되고는 눈물을 흘렸다. 유비의 눈물 자국을 본 유표가 놀라 유비에게 묻자 "저는 늘 말안장 위에 올라앉아 있어 허벅지에 살이 찔 새가 없었습니다. 그동안 너무 오래 말을 타지 않았더니 허벅지에 살이 많이 쪘습니다. 세월만 덧없이 흘러 이렇게 늙어가서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끝나나 하는 생각에 잠깐 슬퍼진 것입니다." 라며 답했던 데에서 유래한 고사성어다.  

이 고사성어에는 두 가지의 해석이 있는데 이 두 가지를 각각 해석하며 백업으로 부적합한 선수와 적합한 선수를 논하겠다.  

첫번째 해석은 "영웅이 때를 만나지 못하여 싸움에 나가지 못하고 넓적다리에 헛된 살만 쪄가는 것을 한탄한다."이다.  

이것에 해당하는 선수들은 가량이 전성기에 오르고 있어서 한창 주전으로 뛰며 경험을 쌓을 나이대의 선수들이나 전성기에 올라있는 선수들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전성기의 오른 선수들은 출전 시간을 충분히 배분받으며 경기에 출장해서 성장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피구와 베컴

대표적인 예로 레알 마드리드의 갈락티코 1기 시절의 막바지인 2003년에 잉글랜드 마케팅의 일환으로 정상급 윙어인 루이스 피구가 있음에도 같은 자리의 데이비드 베컴을 영입한다. 그리고 2004년에는 라울과 호나우두가 있음에도 백업 공격수라 불릴 선수로 마이클 오웬을 영입한다. 심지어 이 때문에 오랜 기간 레알 마드리드에서 헌신한 모리엔테스는 리버풀로 임대를 간다.  

결국 레알 마드리드는 스타 선수들의 치열한 경합으로 불만이 발생해서 2005-06 시즌을 앞두고는 피구와 솔라리가 인테르로 떠났으며 오웬은 뉴캐슬 유나이티드로 떠났다. 그리고 2004-05 시즌과 2005-06 시즌 모두 리그의 패권은 라이벌인 바르셀로나에게 내어줬으며 챔피언스리그에서는 16강에서 탈락하고 코파 델 레이에서도 무관을 차지하며 쓴 맛을 봤다.  

이들은 모두 전성기의 연령대의 선수로 한창 주전으로 뛰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그 기회를 받지 못하면 불만이 생기고 떠날 수밖에 없다.  

완전 영입의 가능성이 낮은 쿠티뉴

그러기에 바이에른 뮌헨에서 20대 후반의 나이인 쿠티뉴의 완전 영입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바이에른 뮌헨은 새로운 시대의 2선 자원으로 카이 하베르츠를 노리고 있으며 리로이 자네와 티모 베르너 중 한 명을 영입할 가능성이 높다. 세르쥬 그나브리는 중요한 선수이며 킹슬리 코망과 토마스 뮐러도 있기에 쿠티뉴와 바이에른 뮌헨의 인연은 이번 시즌까지일 공산이 크다. 심지어는 코망도 차기 시즌에서 주전 경쟁에서 밀려난다면 이적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다만 주전 경쟁에서 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드는 첫 시즌에는 잔류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경쟁에서 밀린 선수는 보통 다음 시즌에 이적을 타진한다. 

그러면 어떤 선수가 백업 멤버로 적합할까? 

이제 비육지탄의 또 다른 뜻을 해석해보려고 한다. 

"자신의 뜻을 펴지 못하고 허송세월하는 것을 한탄하다." 

상술했던 뜻과 비슷한 뜻 같지만 조금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있다. 즉 자신이 전성기를 보낸 클럽에서 주전 멤버로 활약했으나 소속 클럽의 한계로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우승컵을 들지 못했던 베테랑 선수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허송세월을 보낸건 좀 지나친 비약이지만 자신의 가치를 어느정도는 입증했지만 커리어를 완성하지는 못한 노장 선수들을 의미한다. 굳이 노장이 아니라도 우승 경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수들도 이에 해당한다. 

데 나폴리, 마라도나, 카르네빌레다. 데 나폴리는 이후 빅 이어를 위해 밀란으로 이적한다.

이런 선수들이 이적하는 사례는 꽤 많다. 나폴리의 전설적인 미드필더 페르난도 데 나폴리는 마라도나, 카레카의 시대에서 그들을 보좌하며 나폴리의 두 번의 스쿠테토에 공헌했으며 UEFA 컵에서도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나폴리는 유러피언 컵만 가면 작아졌다. 

마침 AC 밀란의 감독 카펠로는 그를 신예 데메트리오 알베르티니의 훌륭한 주전 경쟁자로 낙점하고 그를 영입한다. 비록 데 나폴리는 주전 경쟁에서 밀려 백업 역할을 수행했지만 밀란에서의 2년 동안 두 개의 스쿠테토와 한 개의 빅 이어를 충족시키며 커리어를 완성시키기도 했다. 

비록 노장은 아니지만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경쟁에서 밀렸던 마리오 고메스, 루이스 구스타부같은 선수들도 바이에른 뮌헨에서 커리어를 완성하고 떠나 새로운 도전을 했으며 하피냐도 샬케 시절에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바이에른 뮌헨에서는 로테이션 멤버에 만족하는 대가로 8년 동안 7회의 분데스리가 우승과 4회의 DFB-포칼 우승, 그리고 1회의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클럽 월드컵 우승을 이뤄냈다. 

이반 페리시치와 바이에른 뮌헨은 서로를 원한다.

바이에른 뮌헨이 위의 사례를 근거로 이반 페리시치를 백업 윙어로 영입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페리시치는 볼프스부르크와 인테르에서 전성기를 누렸지만 저 두 구단에서는 리그 우승을 이루지 못했다. 도르트문트 시절의 더블에서 그가 기여한 건 없었다. 그래서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리그 리그 우승에 조금이라도 기여하면서 커리어를 완성할 목적으로 바이에른 뮌헨 완전이적을 원하고 있으며 바이에른 뮌헨도 출전시간에 대한 불만은 적으면서 경험은 많은 백업 윙어가 필요허기에 페리시치의 완전 영입을 고려하고 있다. 

그리고 이 비육지탄의 반례격의 선수들도 존재한다. 

충성심이 뛰어난 유스 출신이나 오랜기간 주전으로 활동하다가 뒷 세대의 재능있는 선수들에게 주전자리를 물려주고 정신적 지주로 내려가는 케이스이다. 

 밀란 소속으로 보낸 13년 중 10년을 백업으로 헌신한 갈리

사키와 카펠로의 밀란 제너레이션에서는 필리포 갈리가 그랬다. 갈리는 밀란의 유스 출신 센터 백으로 밀란의 주장 콜로바티가 인테르로 이적하자 바레시의 파트너 자리를 잡아 밀란의 뒷문을 단단히 지켰다. 

그러나 자신보다 세 살 어린 유망주 알레산드로 코스타쿠르타에게 추월당하고 백업에 머물렀으나 팀에 대한 충성심으로 팀을 떠나지 않고 바레시와 코스타쿠르타의 백업 멤버 역할만 10년 가까이 수행하다가 결국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는 호마리우를 철저하게 봉쇄하면서 팀의 빅 이어 영구소장에 공헌한다. 

이 코스타쿠르타도 말년에는 네스타의 백업으로 내려가면서 밀란에서 은퇴하면서 충성심을 보이기도 했다. 

백업으로 바이언에 오래 헌신한 지클러

바이에른 뮌헨의 만능 공격 자원 알렉산더 지클러도 디나모 드레스덴에서 뛰다가 바이에른 뮌헨 아마추어 팀을 거쳐 바이에른 뮌헨 1군 팀으로 승격했는데 12년 동안 백업으로 활약하면서 232경기 55골을 득점하며 클린스만이나 에우베르, 그리고 바슬러나 살리하미지치같은 주전 공격진 멤버들의 뒤를 확실하게 봐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직 전성기에 다다르지 못한 어린 유망주가 있다. 

팀의 유스 팀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고 1군으로 승격되었으나 기존 주전이 강력해 백업 멤버를 수행하거나 다른 리그나 다른 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며 가능성을 보인 선수들의 이야기다.

바이에른 뮌헨의 레전드 슈바인슈타이거 

전자의 경우에는 바이에른 뮌헨의 유스 팀에서 윙어로 데뷔한 슈바인슈타이거가 있다. 제 호베르투와 하산 살리하미지치, 그리고 메멧 숄과 세바스티안 다이슬러라는 강력한 2선 자원들이 다수 포진했지만 마가트의 신임을 받아 백업 멤버로 출장하다가 결국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의 맹활약으로 주전 자리를 잡는데 성공하고 2009년에는 포지션 변경을 통해 중원에서 성장하며 결국 바이에른 뮌헨의 트레블 신화를 이끌며 "축구의 신" 이란 호칭과 함께 바이에른 뮌헨의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포지션 체인지로 인생역전에 성공한 알폰소 데이비스

후자의 경우에는 하산 살리하미지치와 제르단 샤키리, 그리고 알폰소 "폰지" 데이비스가 있는데 함부르크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며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하산 살리하미지치는 바슬러와의 주전 경쟁에서 승리하며 메멧 숄, 에우베르와 함께 공격라인을 구축해 리가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뤄냈다. 바젤에서 스위스 수퍼리그를 평정하고 온 샤키리는 트레블 시즌에 리베리와 로번의 백업 역할을 수행했으나 결국 주전으로 도약하지 못하고 이적했다. 그리고 벤쿠버에서 MSL을 평정하고 온 알폰소 데이비스는 윙어에서는 백업 멤버에 머물렀지만 한지 플릭 감독의 지휘 하에 레프트 백에서 대성하면서 이번 시즌에는 팀의 수비를 이끌고 있다. 

상술했던 내용을 다시 정리하자면 결국 백업 멤버로서 적합한 멤버는 주전 자리를 양보하더라도 백업으로라도 트로피를 더 원하는 선수들이나 유스 출신으로 주전의 위치보다도 충성심이 높은 선수들, 그리고 아직 어린 유망주들과 전성기에 나이에 있더라도 주전 경쟁에서 밀리지는 않았던 선수들로 구성된다. 단 마지막의 경우는 주전 경쟁에서 밀리는게 확실해지면 팀을 떠난다. 

추가적으로 특출나게 잘 하는 포지션은 없으나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 가능한 크리스티안 브로키나 하밋 알틴톱 같은 선수들도 빅 클럽의 백업 멤버로 선호되기도 한다. 

적재적소 (適材適所)

어떤 일에 적당한 재능을 가진 자에게 적합한 지위나 임무를 맡긴다는 뜻이다.  

비단 주전들의 역할뿐만 아니라 서브 멤버 구성도 이에 해당한다. 서브 멤버에 적당한 조건에 있는 선수들에게 맡기는 지위다.  

우루과이 축구 팀 감독 오스카 타바레즈는 축구는 마치 작은 이불과도 같아 몸통을 가리고자 하면 다리를 가릴 수 없고 다리를 가리고자 하면 몸통을 가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는 공격과 수비의 균형을 잘 조절하며 최적의 방식을 찾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주전과 백업의 조합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맥락으로 최근 대두되는 바이에른 뮌헨의 우파메카노 영입은 다비드 알라바가 이적하지 않는 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파메카노는 쥘레나 뤼카 에르난데스와 동 세대의 선수이며 이들이 부상을 당하지 않는 한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선수이며 경쟁에서 밀리면 떠날 공산이 높은 선수이기 때문이다. 

보아텡이 팀의 백업을 담당해주면 든든할 것이다.

그리고 제롬 보아텡 역시 바이에른에서 오랜 기간 헌신했으며 클럽에서 이룰만한 건 다 이룬 선수다. 최대한 그를 백업으로 붙잡을 수 있어야 한다. 실패하더라도 백업의 컨셉과 맞는 중앙 수비수의 영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즉 우파메카노를 노리는 것은 최소한 알라바와의 재계약이 완전히 결렬됐을 때로 미뤄야 하며 팀의 네 번째 수비수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바이에른 뮌헨은 최근 이적시장에서의 행보는 아쉬웠지만 그래도 그동안은 항상 최선의 스쿼드를 구성했으며 백업 멤버와 주전 멤버의 조화 역시 잘 이뤄져 왔던 팀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피파온라인 같은 컴퓨터 게임이 대두하면서 선수를 사람이 아닌 축구를 하는 기계로 생각하며 이 욕망을 배제하고 더블 스쿼드를 주장했던 사람들도 있다.  

펩과 만주키치는 서로의 욕망을 충족시켜줄 수 없었고 결국 충돌한다.

하지만 사람을 지배하는 것은 욕망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만 생각하면 이는 비현실적인 계획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당신과 선수들 모두 사람이며 당신과 선수들에게는 모두 각자의 욕망이 있다.

결국 축구는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을 지배하는 것은 욕망이기 때문에 선수들의 재능 못지 않게 욕망의 우선순위와 크기를 잘 파악하고 선수단을 꾸려야 한다.

박수용의 토르난테 - 동네 축덕 아저씨의 축구 썰 관리자

박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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