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G의 영입 행보로 보는 축구계의 자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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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G의 영입 행보로 보는 축구계의 자본론

토르난테 2021. 8. 1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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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고의 더비매치

 

더비 매치란 무엇인가? 같은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두 클럽 간의 시합이거나 연고지가 다르더라도 정치적인 이유, 서로 다른 종교의 이유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대립 관계에 놓인 클럽 간의 시합이다.

전자의 경우로는 인테르와 AC 밀란의 더비 매치인 데르비 델라 마돈니나가 있고 후자의 경우에는 카스티야를 대표하는 레알 마드리드와 카탈루냐를 대표하는 바르셀로나가 대립하는 엘 클라시코가 있다. 그리고 두 가지의 경우가 모두 섞인 경우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의 더비 매치인 노스웨스트 더비가 있다.

 

엘 클라시코에서 자주 붙었던 양 팀의 에이스 메시와 라모스 (사진출처: 골 닷컴)


상술한 세 가지의 더비 매치는 축구 역사에 유서가 깊으며 여섯 팀은 모두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세 번 이상 경험한 유럽 축구를 대표하는 명문팀이다.

하지만 이 여섯 팀 중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제외한 다섯 팀은 이번 시즌 팀에서 주전 멤버 이상의 지위를 보유한 선수를 잃었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팀의 에이스이자 전설을 자유계약으로 잃었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보다 낫지만 다른 세 팀도 중요한 선수를 잃었다. 밀란은 1999년생의 성골 유스 골키퍼 돈나룸마를 내줬고 인테르는 오른쪽을 혼자 책임진 하키미를 한 시즌만에 잃었다. 그리고 리버풀도 팀 내에서 가장 많은 경기를 출전한 선수 중 한 명인 바이날둠을 자유계약으로 잃었다.

이 다섯 선수는 모두 같은 팀에 합류했는데 그 팀은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험도 없었던 파리 생제르맹이다.

 


프랑스와 카타르의 제휴의 결과물, 파리 생제르맹

 

카타르는 프랑스의 전설적인 축구선수 미셸 플라티니가 UEFA 회장이던 시절부터 월드컵 유치에 관심이 많았으며 카타르 축구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었다.

하지만 카타르는 단 한 번도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던 나라이다. 아시아 지역 예선이 다른 지역 예선에 비해 난이도가 낮음을 감안하면 이는 개최국으로서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이는 1996년 당시 결정한 한일월드컵에서도 일본에게도 적용되었으며 결국 일본은 한국과 공동 개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카타르는 인구도 적고 영토도 좁았으며 사막지대에 있기에 낮엔 매우 더워 축구 경기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여러모로 개최지로서 단점만 가득했기에 자신을 확실히 지지한 지지자들이 많이 필요했고 카타르는 AFC는 물론이고 플라티니의 UEFA와 프랑스에게 접근했다.

결국 플라티니와 UEFA를 확실히 설득하기 위해 카타르 왕가는 프랑스 정부와 손을 잡아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 있는 리그앙 팀인 파리 생제르맹을 2011년 5월에 카타르 투자청이 지분 70%를 인수했으며 이듬해에는 남은 주식인 30%마저 모두 사들였다. 카타르의 왕세자는 구단주가 되었으며 회장은 그의 친구 나세르 알 켈라이피가 되었다. 이후 2022년 월드컵은 카타르에서 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으며 카타르 투자청은 파리 생제르맹에 막대한 투자를 한다.

 

카타르와 제휴한 프랑스 前 대통령 사르코지와 UEFA 前 회장 플라티니 (사진 출처: Laurent Gilliéron/EPA)


투자한 첫 해에 인터 밀란 트레블의 주역 티아구 모타와 팔레르모의 유망주 하비에르 파스토레를 영입했으며 2012-13 시즌을 앞두고 AC 밀란의 공격과 수비의 에이스인 치아구 시우바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영입했으며 이탈리아 최고의 유망주 베라티, 그리고 나폴리의 공격 삼지창의 한 축인 라베찌, 왕년의 스타 베컴을 영입했다.

파리는 이후에도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세리에로부터 카바니, 마르키뉴스를 영입했으며 프리미어리그로부터 다비드 루이스, 앙헬 디 마리아 같은 선수들을 영입했다. 그러다 결국 2017-18 시즌, 모나코에서 당대 최고의 초신성 킬리안 음바페를 임대 후 다음 시즌에 180m 유로로 이적하는 조건으로 영입했으며 바르셀로나의 네이마르를 무려 222m의 바이아웃을 지불하며 영입했다.

 

PSG 역대 이적료 랭킹 (표 제작자 본인)


투자의 성과로 무려 일곱 번의 리그 우승을 비롯해 총 27회의 도메스틱 우승을 거뒀다.

위기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플라티니가 비리 혐의로 구속되었고 피파 회장 블래터도 사임했지만 결국 월드컵에 관련한 혐의는 무혐의로 풀려났으며 카타르에서 2022년 겨울에 월드컵 개최를 한다.

이제 PSG는 카타르 월드컵이 열리는 2022년을 맞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노린다. 이미 2019-20 시즌에 결승에 진출한 경험도 있다. 바이에른 뮌헨에게 한 끝 차이로 패했었다. 파리는 이번 시즌에도 빅 이어에 도전한다.

 


프랑스의 왕을 넘어 유럽의 왕을 노리다.

 

파리 생제르맹은 항상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목표로 했으며 스쿼드 구성도 그에 맞게 화려하게 했었다.

하지만 2011년 인수 이래 2019-20 시즌까지 챔피언스리그 8강 문턱을 넘은 적이 없으며 창단으로부터 2019-20 시즌은 구단 역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이었다. 과거에 달성한 4강 진출 이상의 성적을 인수 10년 차에나 이룬 것이다. 하지만 첫 결승이라는 점에서 선수들의 발목을 잡았고 결국 준우승을 거두었다.

 

챔스 우승에 실패한 PSG와 네이마르 (사진 출처: SuperSport)


2020-21 시즌은 더 심했다. 투헬은 보드진과 갈등을 겪다가 경질되었고 포체티노가 부임했으며 시즌 초에 찾아온 부상 병동은 리그앙 우승마저도 어렵게 만들었다. 16강에선 쇠약해진 바르셀로나를, 8강에서는 레반도프스키와 고레츠카, 그나브리가 결정한 바이에른을 상대로 경기력이 밀리는 굴욕을 보였으나 음바페의 빼어난 결정력으로 간신히 이겼고 결국 4강에서 맨체스터 시티에게 패했다.

이에 파리는 선수단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분노의 영입을 기획한다. 첫 시작은 잉글랜드 북서부의 명문 리버풀에게서 바이날둠을 영입했으며 포르투에서 임대온 다닐루를 완전 영입함으로써 중원을 강화했다.

그다음은 수비라인이었다. AC 밀란의 돈나룸마를 자유계약으로 영입했으며 동시에 인터 밀란의 하키미를 6000만 유로에 영입한 것이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레알 마드리드와의 재계약이 결렬된 백전노장이자 현세대 최고의 커리어를 자랑하는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를 자유계약으로 영입한다.

이후 바르셀로나에서는 축구계를 뒤흔드는 큰 사건이 터졌다. 메시가 바르셀로나와 계약이 결렬된 것이다.

메시와 바르셀로나는 모두 재계약을 원했지만 라 리가 규정과 스페인 노동법이 발목을 잡았다. 2013-14 시즌부터 도입된 샐러리캡은 수익의 70%만 선수 및 코칭스태프의 급료로 진출할 수 있으며 이 이상 지출하면 등록을 할 수 없다.

그러나 바르셀로나는 코로나로 수익이 크게 감소했으며 무너진 연봉체계로 인해 무리한 지출이 많았다. 그래서 영입한 선수들도 등록하지 못하고 있었다. 즉 고연봉 선수들의 방출과 삭감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하지만 쿠티뉴, 피아니치, 움티티, 우스만 뎀벨레와 같은 고연봉 잉여 선수들이 이적을 원하지 않았으며 급료 삭감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다.

메시는 급료를 대폭 삭감하기를 원했다. 기존 연봉의 30%만 받을 의사가 있었으나 이번엔 재계약을 할 때 급료를 최대 50%까지만 줄일 수 있었던 스페인 노동법에 의해 발목이 잡혔다. 결국 메시와 바르셀로나는 합의할 수 없었으며 메시는 바르셀로나를 떠나게 된다.

파리 생제르맹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결국 리오넬 메시를 영입하며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할 것을 다시 한번 천명한다. 비록 킬리안 음바페의 이적설이 돌고 있지만 재계약이 실패할 경우 자유계약으로 내줄지언정 챔스 우승을 도전하는 이번 시즌에 내주지는 않을 확률이 높다.

 

이번 시즌 PSG로 이적한 축구계의 스타들 (순서대로 하키미, 바이날둠, 돈나룸마, 라모스, 메시)


파리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밀란의 테오 에르난데스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폴 포그바도 노린다는 소문이 있다. 급료 지출은 많지만 연봉은 두 선수에게 7600만 유로를 지출한 게 전부다. 파리는 평균적으로 큰돈을 써왔기에 추가 영입을 기대할 수도 있다.

 

PSG의 이적료 수익/지출 (표 제작자: 본인)



파리는 이번 시즌을 중요한 승부처로 보고 있다. 카타르 월드컵 이후에는 예전처럼 천문학적인 투자는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기에 이번에 구단 위상을 정점으로 찍으려 노력한다.

 


축구계의 자본론

 

결국 현대 사회에서의 자본은 가장 중요한 요소다. 과거에도 자본은 중요했지만 이젠 자본은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축구도 예외는 아니다.

지역 팬들을 기반으로 했던 과거의 수익 구조로 버는 돈은 오일 머니를 이길 수 없었다. 과거의 수익 구조를 가진 리버풀은 이번 이적 시장에 소극적이었으며 양 밀란도 마찬가지다. 인터 밀란은 심지어 모기업 쑤닝이 내리막을 걸으며 주축 선수들을 팔고 있으며 밀란 역시 연봉 협상에서 결렬되어 자유계약으로 핵심 선수 두 명을 잃었다.

레알 마드리드도 음바페를 영입하기 위해서 돈을 아꼈지만 예전 호날두와 카카를 동시에 영입하던 시절만큼 선수 영입을 하기 어려우며 바르셀로나는 안 그래도 어려운 상황인데 이전 회장 바르토메우의 방만하고 한심한 운영에 따른 문제점도 같이 덮치며 다른 클럽들보다도 큰 위기에 빠졌다. 그렇기에 세계적인 명문 클럽들이 모여 슈퍼리그를 시도했으나 미국식 모델로 운영되는 리그에 반감을 가진 현지 팬들과 그들의 표심을 이용한 정치인들, 그리고 이권을 지키고 시어했던 UEFA의 반대에 의해 실패했다.

그나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뛰어난 해외 마케팅으로 엄청난 돈을 벌어드리며 다른 다섯 팀과는 다르게 파리를 상대로 선수를 지킬 수 있었고 산초와 바란을 영입하며 전력을 보강할 수 있었다. 적극적인 해외마케팅은 오일머니를 쓰며 그릴리쉬를 영입하고 케인 영입을 계획한 맨체스터 시티나 이번 시즌 거액에 루카쿠를 영입한 첼시와도 경쟁할 선수단을 갖출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오일 머니를 유치할 수 없다면 결국 오일 머니의 구단주를 보유한 클럽과 뛰어난 해외 마케팅이 답이다. 파리의 메시, 라모스 영입은 결국 챔스 우승을 위한 경험의 문제도 있지만 카타르 투자청에서 지원이 줄었을 때를 대비해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선수들을 영입해 적극적인 해외마케팅의 목적도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 레알 마드리드의 갈락티코 정책이 그렇게 막대한 수익을 냈었다.

먼 과거에는 지역 팬들의 충성심과 그들이 지원하는 자본이 절대적이었지만 교통수단과 통신수단의 발달로 이젠 마케팅 대상을 해외로 돌려야 한다. 그걸 아는 구단은 전성기를 유지할 것이고 그걸 모르는 구단은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다. 그리고 이 차이는 한 번 밀려나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

 

공식 기자회견을 하는 PSG 회장, 메시, 레오나르두 (사진출처: 스카이스포츠 독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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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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