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무쌍의 품격을 보여줄 레지스타를 알아본 안첼로티의 안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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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무쌍의 품격을 보여줄 레지스타를 알아본 안첼로티의 안목

토르난테 2020. 8. 3.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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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무쌍 (國士無雙)

 

국사무쌍이란 무엇인가? 그 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은 둘도 없다는 뜻으로, 매우 뛰어난 인재를 이르는 말이다.

이 국사무쌍의 고사는 초한지에서 유래되었는데 유방 세력의 재상 소하가 한신을 천거할 때 그를 국사무쌍이라 표현하며 유래된 고사이다.

한신은 초한쟁패기 시절의 최고의 명장이었지만 처음에는 가난한 집안 출신이었으며 한신 본인의 품행도 그다지 단정하지 못해 어디서 추천도 받지 못했다.

운이 좋게도 유력 군벌인 항량의 부하로 들어가고 항량의 뒤를 이은 항우의 휘하에 있었지만 항우는 그를 무시하고 중요하게 쓰지 않았다.

초한쟁패기 최고의 명장 한신의 초상화

그러던 중 한나라의 군대에 투항했으나 처음에는 유방도 그를 중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와 몇 번 대화를 해본 소하가 추천하자 그를 중용했으며 결국 한신은 그 기대에 부응하며 유방을 적대하는 군벌들을 모조리 격파하고 결국 해하의 전투에서는 항우를 격파하고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하였다.

이렇게 인재는 어떤 리더가 쓰느냐에 따라 다르고 축구판에서도 여러 사례가 있다. 첼시에서의 데 브라이너와 맨체스터 시티에서의 데 브라이너도 그렇지 않은가?

오늘 알아볼 선수도 이런 선수이다. 브레시아에서 촉망받아 인터 밀란으로 영입되었으나 인터 밀란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부족했다. 그러나 밀란으로 이적하고 수비형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바꾸며 전설을 써내려 갔던 선수이다.

 

딥 라잉 플레이메이커의 재정립

 

그 선수의 이름은 여러분들도 잘 아는 안드레아 피를로다.

피를로는 인터 밀란에서 방출되어 AC 밀란의 유니폼을 입지만 이미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는 히바우두와 후이 코스타라는 거물들이 있었다.

그러나 AC 밀란은 알베르티니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적 이후로 후방 플레이메이커가 부재한 상황이었으며 역시 후방 플레이메이커 출신인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여기서 피를로를 후방 플레이메이커로 임명하며 포백 바로 앞에 둔다.

피를로라는 인재를 알아보고 국사무쌍의 미드필더로 만든 안첼로티

피를로가 시야가 넓고 패스 능력이 뛰어난 선수지만 후방 플레이메이커는 수비 능력을 겸비해야 했다. 발이 빠르진 않았으며 마른 체형에 공격형 미드필더 출신이라 수비적인 부분에서는 의심을 받았다.

하지만 피를로는 예상 외로 왕성한 활동량을 선보였으며 수비 능력의 부족도 가투소라는 파트너를 메짤라에 기용하면서 해결된다. 가투소는 피를로를 보좌하며 상대의 압박으로부터 피를로를 지켜냈으며 가투소가 들어감으로써 약해진 우측 공격은 첫 시즌에는 약간의 문제가 되었으나 훗날 공격적인 라이트 백인 카푸를 영입하면서 해결된다.

단짝인 피를로와 가투소

다재다능한 미드필더이며 유사시에 왼쪽 측면 공격도 담당했던 세도르프와 강력한 수비력을 지닌 가투소가 양 측면 메짤라에서 피를로를 보좌했으며 피를로는 수비수와 미드필더를 연결하는 팀의 두뇌가 되거나 롱 패스로 직접 전방까지 배달하며 트레콰르티스타에 위치한 후이 코스타의 부담을 줄여줬으며 밀란의 주축으로 자리 잡게 된다.

2002-03 시즌 AC 밀란 베스트 11

밀란은 알베르티니를 잃은 위기를 피를로의 영입이라는 기회로 재도약하는데 성공했으며 피를로를 영입한 그 해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했다.

이후 후방 플레이메이커로 완전히 자리를 잡은 피를로를 대신해 젊은 공격형 미드필더 카카를 영입했으며 다이아몬드의 양극인 피를로와 카카의 활약으로 밀란은 잠시나마 제2의 전성기를 누렸으며 다른 클럽들도 미드필더들을 피를로처럼 활용하려고 노력했으며 후배 미드필더들인 마르코 베라티나 조르지뉴가 피를로와 비슷한 방식으로 활용되었다.

 

챔피언스리그와 월드컵을 제패하며 영화를 누린다.

 

국사무쌍의 미드필더로 성장한 피를로의 활약은 거칠 것이 없었다. 첫 해에 우측 측면 활용이 제한됨에도 챔피언스리그에서 유벤투스를 승부차기 끝에 제압하고 빅 이어를 들었다.

2003-04 시즌에는 브라질의 카푸와 카카가 영입되었는데 우측에서 공격적인 롤을 소화하는 카푸와 빠른 스피드와 피를로의 롱 패스를 완벽히 이해한 축구 지능을 겸비한 카카의 가세는 피를로에게 힘이 되었으며 AC 밀란이 5년 만에 세리에 A를 우승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었다.

2003-04 시즌 AC 밀란 스쿠테토 시절 베스트 일레븐

피를로와 카카의 듀오로 부활한 밀란에게는 밀란 제너레이션 2기라는 칭호가 붙었으며 리그에서도 유벤투스, 인터 밀란과 자웅을 겨뤘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항상 좋은 성적을 냈다.

비록 리아소르의 기적과 이스탄불의 기적의 희생양이 됐지만 애초에 그 경기들이 기적이라 불렸던 것도 압도적인 강호 밀란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에서 역전을 당했기에 기적이란 수식어가 붙었던 것이다.

2002-03 시즌부터 2006-07 시즌까지 다섯 시즌 동안 밀란은 챔피언스리그에서 5년 연속 준결승에 진출했으며 그중 두 번은 우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밀란 제너레이션 2기를 이끈 피를로와 카카

피를로의 활약은 이탈리아 국가대표팀에서도 이어지는데 리피는 피를로와 가투소의 투 볼란테를 중심으로 4-4-1-1 전술을 사용했다.

포 백의 압도적인 수비 능력과 피를로의 경기를 그리는 능력은 아주리 군단에 힘이 됬으며 피를로의 롱 패스를 루카 토니의 압도적인 제공권으로 받아내는 전술은 피를로의 장점이 극대화되는 방식이었다.

2006 월드컵 이탈리아 라인업, 밀란에 비해 측면 활용이 용이했다.

칸나바로의 완벽한 수비와 피를로의 완벽한 경기 지배력으로 이탈리아는 미국, 가나, 체코라는 죽음의 조를 2승 1 무로 뚫어냈으며 호주, 우크라이나, 독일을 상대로 연전연승하고 프랑스마저 승부차기로 제압하며 월드컵을 우승했다.

피를로 역시 넓은 시야와 훌륭한 패싱력으로 팀을 지휘한 능력을 인정받아 월드컵 브론즈볼을 수상했으며 2006년 발롱도르 투표에서도 3선 미드필더로서는 굉장히 높은 순위인 9위를 차지했다.

월드컵 우승을 만끽하는 피를로

한참이 흘러 2010-11 시즌을 앞두고 피를로도 노쇠화되면서 밀란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피를로는 유벤투스로 자유계약으로 이적해 비달과 마르키시오의 보호를 받으며 부활했으며 그들을 지휘하는 마에스트로로 부활해 세리에 A 무패 우승에 공헌했다.

무패우승에 기여한 이 세 명의 미드필더를 두고 두고 언론에서는 이들의 성의 첫 알파벳을 따서 MVP 라인이라고 했다.

유벤투스의 무패 우승에 공헌했던 마르키시오, 비달, 피를로를 두고 MVP 라인이라고 했다.

그리고 유로 2012에도 참가해 유로 준우승을 거두었으며 유벤투스의 부활을 이끌며 유벤투스를 챔피언스리그 결승에까지 올렸으나 MSN 라인을 앞세운 바르셀로나에게 패하게 된다.

그리고 피를로도 미국의 뉴욕 시티로 떠난 뒤 2017년에 은퇴한다.

 

인재를 보는 자세

 

피를로는 부진하던 밀란과 유벤투스를 넓은 시야와 훌륭한 패스를 앞세운 압도적인 경기 지배력으로 지휘하며 팀을 부흥시킨 마에스트로임에는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스쿠테토와 빅 이어, 그리고 월드컵을 우승하면 받는 FIFA 컵을 모두 제패한 팀의 플레이메이커로 활약하며 축구 팬들의 기억 속에도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그러나 그가 그의 진가를 처음 알아봤으며 그를 국사무쌍의 후방 플레이메이커로 만들어 준 안첼로티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그의 인생과 이탈리아의 축구 역사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며 스네이더 영입 전까지 플레이메이커 부재로 투박한 축구를 했던 인터 밀란은 라이벌인 AC 밀란이 피를로를 활용하며 활약하는 것을 보고 인재의 진가를 알아보지 못한 데에 대한 뼈아픈 후회를 했을 것이다.

피를로의 국사무쌍의 재능을 알아본 안첼로티

이래서 감독이나 단장에겐 인재를 보는 눈이 중요해진다. 굳이 피를로 뿐만이 아니라 플릭의 바이에른 뮌헨도 윙어에서 평범했던 알폰소 데이비스의 수비적인 재능을 알아보고 레프트 백으로 정착시켰으며 그는 공수 만능의 레프트 백으로 성장했다.

지도자들이나 실무자들이 고정관념을 버리고 편견 없는 눈으로 선수를 바라보며 관찰할 때 그 선수의 진가가 나오는 것이다.

해당 포지션에서의 재능 뿐만이 아니라 축구 선수 자체의 재능으로 어린 선수를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누구나 펠레가 되고 베켄바우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선수의 코치이면 자신이 담당하는 선수의 잠재력을 파악하고 그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릴 의무가 있다.

출처: 에펨네이션 유저 법정스님의 소유

박수용의 토르난테-동네 축덕 아저씨의 축구 썰
관리자 박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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