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C 나폴리의 산타 루치아가 꾸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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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C 나폴리의 산타 루치아가 꾸는 꿈

토르난테 2020. 7. 1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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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루치아

 

산타루치아 악보 (한글 버전)

나폴리의 민요 산타 루치아를 아는가? 해안에서 황혼의 바다로 배를 저어 가는 광경을 노래한 곡으로 한국에서도 중학교 음악 교과서에 나오기도 했어서 일부 독자분들은 친숙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산타 루치아는 무슨 뜻일까? 산타는 성녀라는 뜻이며 루치아라는 여성이 신앙을 지키기 위해 고문당해 스스로 눈을 뽑았다는 전설에서 비롯되었으며 유럽 전역에 기독교 문화가 자리 잡고 나서는 나폴리의 수호성인이 되었다는 전설이다.

산타 루치아는 나폴리 지역의 수호성인이 되었다. 그리고 이 나폴리 지역을 연고로 하는 SSC 나폴리에도 수많은 수호성인이 있었다.

나폴리의 대표적인 수호성자 마라도나


가난한 구단인 나폴리를 위해 무급으로 뛰었던 파라과이 출신의 아틸리오 살루스트로, 전성기의 대부분을 나폴리에 헌신했던 안토니오 줄리아노와 주세페 부르스콜로티도 있었으며 나폴리에게 우승과 희망을 선물한 디에고 마라도나와 샴푸 살 돈만 있으면 된다며 나폴리에 충성했던 마렉 함식도 있었다.

위에 언급한 모든 인물들은 축구 선수로서 SSC 나폴리에 헌신했다. 하지만 오늘 소개한 나폴리의 수호성인은 선수가 아니다.

파산을 선고받아 세리에 C로 떨어진 나폴리를 인수해 단 10년이 안돼서 우승 경쟁이 가능한 팀으로 올려놓은 남자. 바로 현재 나폴리의 구단주인 아우렐리오 데 라우렌티스의 이야기이다.

 

나폴리의 새로운 수호성인

 

나폴리는 마라도나의 시대가 지나고 점점 성적이 떨어지다가 결국 강등당했으며 2002년 구단주 코르벨리가 미디어 스캔들에 연루되어 체포되었으며 결국 2004년 8월 7900만 유로의 부채를 안고 파산을 선고받는다. 팀은 세리에 C로 떨어졌으며 남부를 대표하는 구단 나폴리는 세리에 A에서 영원히 사라질 위기에 쳐했다.

이때 데 라우렌티스가 위기의 나폴리를 구원하는 수호성인이 된다. 나폴리의 오랜 팬이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영화 제작사인 필마우로의 소유주인 그는 3400만 유로를 나폴리에 투자한다.

나폴리 최고의 영화제작사 필마우로의 회장 데 라우렌티스는 오랜 나폴리의 팬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팬들에게 "5년 이내에 나폴리를 1부 리그에 올려놓고, 그 후 5년 이내에는 나폴리를 우승을 두고 경쟁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라고 약속했다.

데 라우렌티스는 대대적인 내부개혁과 투자를 이뤄냈으며 마음이 떠났던 팬들의 마음을 돌려냈고 돌아온 팬들은 나폴리의 구장 산 파울로에 5만 명 이상의 관중을 운집하며 화답했으며 세리에 C 역대 최다 관중의 기록을 세웠으며 2005-06 시즌에는 세리에 C 우승을 이뤄낸다.

이렇게 내실을 다지던 나폴리는 세리에 A 승격에 5년을 약속했지만 2006-07 시즌 세리에 B에서 2위로 승격하며 고작 3년만에 세리에 A로 돌아오게 된다.

승격 직후 팬들의 반발을 무릎쓰고 당시 무명이었던 마렉 함식과 에세키엘 라베찌를 데려온다. 그리고 그들은 라우렌티스와 팬들의 두 번째 약속을 지키게 만드는 열쇠가 된다.

팬들이 처음부터 함식과 라베찌를 반기진 않았다.

 

팬들과의 약속 앞에서는 불가능 그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나폴리는 승격팀임에도 불구하고 세리에 A 첫 시즌을 8위로 보내며 중위권에 안착한다. 팬들이 반대했던 영입인 함식과 라베찌는 나폴리의 공격을 이끌며 팬들의 사랑을 받는 데 성공한다.

크리스티안 마조, 모르간 데 산치스, 파비오 콸리아렐라, 후안 수니가 등 준척급 선수들을 영입했으며 나폴리는 2009-10 시즌 세리에 A 5위에 오르며 유로파 리그에 나가게 된다.

2010-11 시즌에는 콸리아렐라를 유벤투스로 보내고 에디손 카바니와 괴칸 인러를 영입했는데 이들은 나폴리를 순식간에 우승 경쟁이 가능한 클럽으로 만들었으며 AC 밀란, 인터 밀란과 경쟁하며 2010-11 시즌 3위로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했으며 신입생 카바니는 리그에서만 26골을 득점한다. 데 라우렌티스는 팬들과의 두 번째 약속도 7년 만에 지키게 된다.

카바니, 라베찌, 함식의 삼각 편대는 나폴리를 우승 후보로 급부상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후에 주축 선수인 라베찌와 카바니의 이탈이 있었지만 나폴리는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해서 이들을 잘 대체했으며 결국 유벤투스와 함께 세리에 A를 양분하며 우승경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두 차례의 코파 이탈리아에서는 실제로 우승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나폴리는 우승권의 궤도에 오르고 셀링 클럽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다른 구단의 팬들의 욕을 먹으면서도 선수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다른 팀들도 나폴리의 약진을 두고 보지 않았다. 세리에 A 최강의 팀인 유벤투스는 나폴리의 핵심선수 이과인을 영입했으며 전통의 명문 인터 밀란 역시 쑤닝 그룹에 인수되면서 전력을 보강했으며 라치오도 명장 시모네 인자기를 앞세워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며 나폴리를 견제했다.

나폴리도 이들의 견제를 두고 보지는 않았다. 나폴리도 밀란의 전성기를 이끈 명장 카를로 안첼로티를 선임하며 전력을 강화시켰다. 그리고 안첼로티는 2018-19 시즌을 훌륭하게 이끌었으며 이에 라우렌티스는 그를 나폴리의 퍼거슨이라며 신뢰했다.

데 라우렌티스와 안첼로티, 이들이 함께 꿈꿨던 야망은 허무하게 지게 된다.

 

그러나 2019-20 시즌 안첼로티 감독 체제에서는 전반기 부진으로 합숙훈련을 지시한 데 라우렌티스와 선수단 간의 갈등이 있었으며 이 때 나폴리는 연속 무승 행진을 거뒀으며 합숙 훈련을 거부한 선수들은 집에 도둑이 들고 합숙 훈련에 임하지 않고 무단으로 귀가해버린 선수들의 프로정신을 질타하는 플랜카드가 곳곳에서 나부꼈으며 거리에는 나폴리 선수들을 질타하는 낙서가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이는 안첼로티 감독을 경질하고 가투소를 데려올 때 까지 유지되었으며 가투소가 분위기 전환을 이뤄냈지만 이미 때는 늦기도 했다.

 

수호성자의 야망

 

하지만 나폴리의 회장 데 라우렌티스에게 스쿠테토란 야망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번 시즌에는 우승이 물 건너가도 차기 시즌에 팀을 재정비해서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다.

1986-87 시즌에 나폴리는 마라도나를 앞세워 세리에 A를 우승했었다. 그리고 라우렌티스는 팬의 입장으로 이것을 지켜봤었다.


우승 경쟁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팬들과의 약속은 지켰지만 정작 그 경쟁에서는 매번 패해 세리에 A 우승에 실패했었으며 유벤투스는 그런 나폴리를 따돌리고 세리에 A 8연패를 이뤄냈으며 이번 시즌도 우승이 유력한 상태다.

필자의 시선으로는 데 라우렌티스는 충분히 잘 하고 있다. 나폴리 팬들도 파산에서 구단을 구해내 우승에 도전할 정도로 성장시킨 그를 수호성자처럼 존경한다.

하지만 데 라우렌티스는 여기서 만족하기엔 그릇이 큰 사람이다. 그는 오늘도 나폴리의 스쿠테토와 빅 이어를 위해 일하고 있다.

SSC 나폴리의 산타루치아 데 라우렌티스, 축구 팬이라면 그의 야망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폴리의 수호성자이자 아버지 데 라우렌티스

 

박수용의 토르난테 - 동네 축덕 아저씨의 축구 썰
관리자 박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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