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의 프랑스의 플라티니는 어떤 존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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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의 프랑스의 플라티니는 어떤 존재였을까?

토르난테 2020. 7. 2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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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장과 명장의 차이

 

용장과 명장의 차이란 무엇인가? 용장은 개인과 일신의 용맹함으로 전투를 이끌어 나가는 경우가 많고 명장은 훌륭한 통솔력과 영민한 지략을 바탕으로 군대를 지휘해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용장은 개인의 용맹이 뛰어나 항상 개인 퍼포먼스에서는 훌륭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대국적으로 보면 자신의 퍼포먼스는 과시하지만 전장에서는 패하는 경우가 많은 경우다. 대표적으로 삼국지의 여포가 있다. 여포 자체의 퍼포먼스는 훌륭하지만 여포는 흑산적과 약소 세력일 당시에 유비를 격파한 것을 제외하고는 큰 전쟁에서 이긴 경우가 없었다. 자기 자신은 비장으로 칭송받았을지언정 전쟁에서는 항상 졌으며 결국 조조와 유비 연합군에 의해 목이 달아난다.

명장은 자신의 퍼포먼스보다는 자신이 이끄는 군대의 실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겨놓고 싸우는 것은 명장의 기본 조건이며 전쟁에서 최소한의 피해로 이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나폴레옹이 있다. 나폴레옹은 항상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위치에서 싸우려고 노력했고 병사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

나폴레옹의 초상화

축구에서도 이런 선수들이 있다. 마우로 사라테같이 개인의 퍼포먼스에 집중해 팀의 승리를 방해하는 스타일이 있으며 철저하게 팀 플레이를 지향하며 팀을 승리로 이끄는 선수들도 있다.

그런데 분명 팀을 활용하고 지휘해 승리를 가져오는 선수임에도 개인의 퍼포먼스가 너무 대단해 개인이 팀을 이기는 것으로 잘못 알려진 선수들이 많다. 디에고 마라도나, 요한 크루이프 같은 경우이다.

미셸 플라티니

그러나 이 부분의 갑은 프랑스의 그라운드의 나폴레옹의 계보를 자랑하고 있는 미셸 플라티니가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한다.

유로 84를 보면 게인의 퍼포먼스가 너무 대단해 마치 혼자 축구한 느낌을 받지만 사실은 팀 플레이를 우선시하면서도 이런 괴물같은 퍼포먼스가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 그럼 플라티니가 이끌었던 팀인 유로 84 시절의 프랑스는 어떤 팀이였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마법의 사각편대

 

프랑스의 감독 미셸 위달고에게는 딜레마가 있었다. 두 명의 훌륭한 공격형 미드필더가 있었으나 공존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플레이메이커 성향의 미셸 플라티니와 알랭 지레스의 공존은 어려운 일이었다. 브라질도 지쿠와 소크라치스를 공존시키려다가 강한 수비력을 지닌 이탈리아에게는 먹히지 않았지 않는가? 실제로 둘을 공존시키려고 노력했으나 1982 스페인 월드컵 때 지레스에 비해 플라티니의 빛이 발했다.

그러나 1983년, 지레스는 전성기에서 내려가고 있었고 플라티니는 당대 유럽의 3대 강호였던 유벤투스에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며 발롱도르를 탔다.

1983년 발롱도르를 탄 플라티니

위달고는 자국에서 열리는 유로 84에서 우승하기 위해 이 숙제를 극복해야 했다. 결국 여러 시행착오 끝에 그가 도입한 방식은 잉글랜드가 월드컵을 우승할 때 사용한 4-4-2 다이아몬드 체제였고 왼쪽 메짤라에 지레스를 기용하는 것이다.

전방의 다이아몬드 꼭지점에는 당연히 팀을 지휘하는 플라티니가 있었고 후방의 다이아몬드에는 포백 보호를 우선시하며 팀의 중심을 잡는 루이스 페르난데스가 배치했으며 양 측면의 메짤라 자리에는 장 티가나와 지레스가 자리 잡았다.

유로 84의 프랑스 대표팀.

하지만 지레스와 장 티가나는 맡은 역할이 달랐는데 지레스는 공격형 미드필더 출신의 공격적인 자원이라 우측 공격을 커버했다. 투 톱 중 시스는 좌측 윙어 출신으로 좌측면에 주로 머물렀기에 실질적으로는 중앙 공격수인 라쿰베를 중심으로 시스와 지레스가 측면에서 공격하고 플라티니가 이들과 미드필더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득점력은 부족하지만 전방에서 버티는 능력이 뛰어난 라쿰베와 플라티니가 서로 포지션 체인지를 하기도 하는 등 프랑스는 서로 유기적인 스위칭 플레이로 상대 수비를 공략하는 게 가능했던 팀이었으며 빌드업이 원활하지 못할 때는 플라티니가 직접 3선에 내려가서 플레이를 주도할 수도 있는게 가능한 팀이었다.

그리고 장 티가나는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로 넓은 활동량을 자랑하는데 왕성한 활동량으로 수비에 가담하며 레프트 백인 도머그의 오버래핑을 유도했다.

포백은 레프트 백과 리베로를 겸하는 보시스가 리베로를 맡아 최후방의 수비 커버와 빌드업을 담당하며 핵심 수비수로 활약했으며 이븐 르 루와 바티스통, 도머그는 자신의 지역으로 오는 상대 공격수를 직접 마킹하며 보시스나 페르난데스, 티가나의 커버를 기다렸다.

페르난데스의 포백 보호 능력, 티가나의 왕성한 활동량, 지레스의 측면과 중앙을 오가는 공격지원능력과 이들을 하나로 묶으며 공격진을 지휘한 미셸 플라티니가 이끄는 미드필더진이 이 전술의 핵심이었는데 이들은 마법의 사각편대라 불렸다.

마법의 사각편대 (르 카레 마지크)의 일원들로 미셸 플라티니, 장 티가나, 알랭 지레스, 루이스 페르난데스

 

두 마리의 토끼 잡기

 

이들은 압도적인 경기 지배력과 중원에서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재미있게 상대를 압도하는 경기를 했다.

첫 경기 덴마크전에서는 덴마크의 미드필더와 치열한 중원 싸움 끝에 장 티가나가 빼앗긴 공을 재 압박해서 빼앗은 이후에 벨로네에게 패스했고 벨로네의 슈팅을 덴마크의 골키퍼가 쳐냈으며 플라티니가 그 세컨드 볼을 받아 득점했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 저번 월드컵의 신인왕 마누엘 아모로스가 퇴장당했으며 이후 레프트 백의 자리는 아모로스에서 도머그에게 넘어간다.

그리고 두 번째 경기 벨기에전에서는 압도적인 중원 장악력을 보이며 플라티니의 해트트릭을 포함해 5-0으로 대파했으며 수시치와 스토이코비치가 이끄는 유고에게도 3-2로 헤트트릭을 하며 프랑스를 승리로 이끌었다.

유로84의 프랑스 선발 라인업

반대쪽 B조에서는 디펜딩 챔피언 서독이 조별 리그에서 탈락하는 이변이 발생했으며 포르투갈이 조 2위로 진출했다. 포르투갈의 미드필더들은 프랑스 미드필더들의 상대가 되지 않아 측면에서 경기를 풀어 나갔으나 공격수 후이 조르당의 활약으로 연장까지 가는데 성공하고 연장전에서도 조르당은 역전골을 넣는다.

하지만 레프트 백 도머그가 전략적인 오버래핑 이후 슈팅으로 동점을 만들었으며 플라티니는 결승골을 넣으며 결승에 진출한다.

프랑스는 같은 대형과 비슷하게 중원에서 점유하는 스페인과 마주친다. 하지만 스페인의 미드필더진은 프랑스에게 완패하며 여러 차례 위기에 몰렸으나 아르코나다의 선방으로 전반전을 간신히 0-0으로 마감한다.

결승골이 되는 플라티니의 프리킥 골

그러나 후반전에 플라티니의 프리킥을 아르코나다가 잘못 처리하며 허무하게 골을 내준 뒤 경기는 압도당했으며 90분에는 벨로네마저 추가골을 넣으며 스페인을 2-0으로 제압한 프랑스는 마침내 앙리 들로네를 들어 올리며 유럽 챔피언의 자리에 등극하고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팀은 최초의 국가대항전 우승을 경험한다.

위달고 감독과 플라티니는 이기는 축구와 재미있는 축구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는데 성공했다.

 

용장임과 동시에 명장

 

플라티니는 무려 네 경기에서 아홉 골을 득점하며 순수하게 개인의 역량으로도 팀을 이끌며 경기를 뒤집는 능력이 있는 선수였다.

하지만 플라티니는 팀 플레이를 할 줄 아는 선수이며 동료를 활용하는 능력이 가장 큰 장점인 선수였다.

용장처럼 개인의 역량만으로 상대를 압도한 게 아닌 명장처럼 이 화려한 팀을 잘 지휘하면서 동시에 퍼포먼스를 보여준 것으로 명장과 용장의 품격을 동시에 보여줬으며 1984년 역시 발롱도르를 수상한다.

빌드업이 원활하지 못하면 3선으로 내려가서 직접 패스를 풀기도 했으며 이 과정에서 장 티가나와 페르난데스는 플라티니를 철저하게 보호했으며 전방에는 지레스가 플라티니의 역할을 대신하는 모습을 보이며 이 마법의 사각편대는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플라티니의 지휘력과 동료들의 개인 능력이 빛을 발휘한 결과이다.

위달고는 플라티니를 신뢰하여 경기장에서 전권을 부여했으며 플라티니는 훌륭한 통솔력과 화려한 개인 퍼포먼스로 이에 보답했다.

플라티니와 위달고



용장이자 명장인 플라티니의 프랑스, 플라티니의 개인 능력이나 프랑스라는 팀의 능력 모두 매력적인 팀이 아닐까?

박수용의 토르난테 - 동네 축덕 아저씨의 축구 썰 관리자
박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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