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구대천 라이벌의 트레블을 막아낸 클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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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구대천 라이벌의 트레블을 막아낸 클럽들

토르난테 2023. 3. 2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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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트레블, 통상적으로 모든 국가에 적용되는 정규리그 1부, 도메스틱 컵대회, 그리고 최고 권위의 대륙클럽대항전이서 모두 우승한 시즌을 말한다.

이 시스템이 가장 잘 잡힌 유럽에서 트레블을 이룬 팀은 일곱 팀에 불과하며 바이에른 뮌헨과 FC 바르셀로나가 두 번 달성한 것을 제외하면 한 번이 전부다.

물론 트레블에 근접한 팀들은 역사적으로 꽤 있었다. 그러나 세 개의 대회를 모두 잡는 것은 쉽지 않았는데 특히 정규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며 컵대회까지 신경 쓰기는 어려움이 많이 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컵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냈으나 불구대천의 라이벌에게 막히며 트레블을 놓치는 옥에 티는 해당 서포터들을 아쉽게 한다. 반면 암흑기에 겪는 와중에도 잘 나가는 라이벌 팀을 잡으며 트레블을 막음과 동시에 컵대회라도 우승을 차지했을 때 해당 클럽 서포터들에게 한 줄기 기쁨을 남긴다.

그래서 오늘은 도메스틱 컵대회에서 황금기의 라이벌 클럽의 우승을 막아내며 트레블 달성을 좌절시키며 옥에 티를 낸 클럽들을 소개해보겠다.


1. 1957-58 시즌 아틀레틱 빌바오 (vs 레알 마드리드)

 

저승사자 군단이라 불리는 레알 마드리드는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 영입 이후 파죽지세의 기세로 스페인 무대와 유럽 무대를 평정하며 저승사자 군단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디 스테파노와 레이몽 코파, 엑토르 리알, 그리고 프란시스코 헨토가 이끄는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진의 막강한 화력을 앞세워 라리가에서는 지역 라이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3점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1958년 5월 28일, 결승에 올랐던 유러피언 컵에서도 우루과이의 스키아피노와 스웨덴의 리드홀름, 그리고 아르헨티나의 에르네스토 그리요라는 막강한 플레이메이커들을 앞세운 AC 밀란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며 2관왕을 달성했다.

 

 

1957-58 시즌 유러피언 컵 우승을 이뤄낸 레알 마드리드



이미 2관왕에 올라있던 레알 마드리드는 코파 델 레이의 전신 대회인 코파 델 헤네랄리시모에서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레알 바야돌리드, 레알 소시에다드를 모두 제압하고 결승전에서 아틀레틱 빌바오를 만났는데 빌바오는 1955-56 시즌에 도메스틱 더블을 달성했던 화려한 과거는 온데간데없이 1957-58 시즌에는 라리가 6위로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그러나 코파 델 레이 4강에서 바르셀로나를 꺾고 결승에 진출해 레알 마드리드와 맞붙었다.

세간 사람들은 모두 레알 마드리드의 압승을 점쳤으나 레알 마드리드가 자랑하는 공격라인은 빌바오가 자랑하는 수비라인인 카니토-가라이-오루에에게 완벽하게 막혔으며 전반 20분에 아리에타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전반 23분에는 마우리가 쐐기골을 넣으며 레알 마드리드를 궁지에 몰았으며 결국 마드리드는 코파 델 헤네랄리시모 결승에서 한 골도 득점하지 못하고 패하며 트레블이 좌절되었고 아틀레틱 빌바오는 코파의 강자라는 이름답게 우승으로 증명했다.

 

 

우승을 즐기는 빌바오

 


2. 1964-65 시즌 유벤투스 FC (vs 인테르나치오날레 밀라노)

인테르는 유벤투스와 AC 밀란의 강세에 대항하기 위해 스페인 무대를 평정한 명장 엘레니오 에레라를 선임했다. 그러나 에레라도 처음에는 세리에 무대에서 고전했다가 카테나치오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업그레이드하는 데 성공하면서 이탈리아 무대와 유럽 무대를 평정하기에 이른다.

1963-64 시즌에는 유럽 무대는 잡았지만 국내 무대는 놓쳤는데 1964-65 시즌에는 정규리그에서는 2위 AC 밀란을 3점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으며 유러피언 컵에서는 레인저스와 리버풀, 그리고 벤피카를 모두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유러피언 컵에서 인테르가 자랑하는 대인마커 타르치시오 부르니치에 의해 에우제비우는 꽁꽁 묶였으며 공수를 오가는 토르난테 자이르 다 코스타는 결승골을 뽑아내며 우승 과정에서 파케티, 수아레스와 함께 큰 공을 세웠다.

 

 

자신의 우승컵을 자랑하는 에레라



1965년 5월 27일에 빅이어를 들며 이미 2관왕에 올라있던 인테르 밀란은 1965년 8월 29일에 코파 이탈리아 결승에서 트레블을 올랐다. 상대 유벤투스는 정규리그에서는 인테르와 승점 13점 차이로 피오렌티나와 함께 공동 4위에 랭크되었는데 당시에는 승리당 승점이 3점이 아닌 2점임을 감안하면 꽤 많은 점수차이가 난 셈이었기에 세간의 사람들은 인테르의 트레블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전반 15분 인테르의 골키퍼 줄리아노 사르티는 유벤투스 측의 패스를 차단하려 나왔으나 차단하는 과정에서 볼 처리를 미숙하게 하며 공을 놓쳤고 이 실수를 놓치지 않고 달려든 유벤투스의 윙어 메니첼리에게 허무하게 실점한 것과 대조되게 유벤투스의 골키퍼 안촐린은 파케티와 자이르 다 코스타를 모두 공격적으로 운용한 인테르에게 단 한 점도 실점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후반 30분에는 인테르의 대인수비의 달인 타르치시오 부르니치가 유벤투스의 루이스 델 솔과 다투며 함께 퇴장당했다.

결국 상대의 실수를 놓치지 않았던 유벤투스는 인테르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내며 코파 이탈리아 우승컵을 들었고 인테르의 전관왕 행진을 저지했다. 이후로도 엘레니오 에레라는 인테르에서는 코파 이탈리아 우승만큼은 하지 못했고 1968-69 시즌 AS 로마에서 첫 코파 이탈리아 우승을 이뤄낸다.

 

 

코파 이탈리아 우승을 즐기는 유벤투스

 


3. 1976-77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vs 리버풀 FC)

빌 샹클리가 세우고 밥 페이즐리가 중흥기를 이뤄낸 붉은 제국 시절의 리버풀은 영국 축구 역사상 가장 강력한 클럽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1976-77 시즌에는 트레블에도 근접했었다.

리버풀은 잉글랜드 풋볼 리그 1부에서 맨체스터 시티를 승점 1점 차로 제치고 리그 우승을 이뤄냈으며 유러피언 컵에서도 프랑스의 셍테티엔과 스위스의 취리히를 차례로 꺾었으며 1977년 5월 25일에 열린 결승에서 분데스리가 3연패를 이뤄낸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를 상대로 3-1 대승을 이뤄내며 빅이어를 들었다.

 

 

유러피언 컵 우승 리버풀



하지만 리버풀은 불행하게도 유러피언 컵 결승 나흘 전인 5월 21일에 열린 FA컵 결승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만나 2-1로 패하며 트레블이 좌절되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버스비 시절의 영광은 온데간데없이 1973-74 시즌에는 강등을 당했으며 다시 1부 리그로 돌아온 이후에도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고 1976-77 시즌에도 리그 6위에 머물렀으며 리버풀과의 승점은 10점이나 차이가 났다.

전력상 열세였던 유나이티드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주장 마틴 부찬의 압도적인 수비로 인해 공격 지역에서 좋은 찬스를 잘 만들어내지 못했으며 오히려 스튜어트 피어슨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지미 케이스가 마침내 부찬을 따돌리고 동점골을 넣었지만 2분 뒤에 지미 그린호프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적어도 그 경기에서 만큼은 붉은 제국의 전성기를 이끈 골키퍼 클레멘스와 주장이자 수비라인의 핵인 엠린 휴즈, 그리고 70년대 후반 최고의 선수 케빈 키건은 이 날 만큼은 너무나도 작아 보였다.

 

 

우승을 즐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정규리그와 유럽 무대를 평정한 리버풀의 트레블을 좌절시킨 주장 마틴 부찬은 암흑기의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이날의 활약과 강인한 투지를 보여주며 오늘날까지도 팬들에게 추앙을 받는다.


4. 1994-95 시즌 페예노르트 로테르담 (vs AFC 아약스)

현세대에서는 바르셀로나 2기와 맴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의 행적으로 인해 많은 저평가를 받는 루이 반 할은 아약스의 지휘봉을 잡았던 1994-95 시즌에는 에레데비시와 UEFA 챔피언스리그 무패 더블을 이뤄내는 업적을 보였다.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는 네덜란드 리그의 아약스를 이끌고 조별리그 D조에서 4승2무라는 성적을 내며 조 1위로 진출했으며 디펜딩 챔피언 AC 밀란을 상대로 홈과 원정에서 모두 2-0으로 제압하며 로쏘네리를 2위로 밀어내는 기염을 토했고 8강에서는 하이두크 스플리트를 꺾고 4강 바이에른 뮌헨전에서는 1차전에서는 비겼지만 2차전으로는 5-2 대승을 이뤄냈으며 결승전에서는 다시 만난 AC 밀란을 클루이베르트의 결승골로 1-0으로 제압하며 구단 역사상 네 번째 빅이어를 들었다.

 

 

1994-95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아약스



정규리그에서는 호나우두를 앞세운 PSV 에인트호번을 완벽하게 따돌리며 27승 7무, 챔피언스리그에서는 7승 4무를 거둔 반 할 체제 아약스의 아쉬움은 KNVB 컵 8강에서 나왔다. 1995년 3월 8일에 8강전에서 만난 페예노르트는 리그에서는 부진했는데 정작 이 경기에서는 초인적인 위력을 발휘하며 연장 혈투 끝에 2-1로 패하며 탈락했는데 이는 해당 시즌 아약스의 시즌 유일한 패배였다.

페예노르트는 리그에서는 4위에그쳤지만 라이벌 아약스에게 1994-95 시즌에 유일한 패배를 안겼으며 해당 대회에서는 4강 헤렌벤과 결승 폴렌담전에서 모두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1994-95 시즌 KNVB컵 우승을 이뤄낸 페예노르트 로테르담



비록 결승이 아닌 8강에서의 일이지만 이 경기가 아약스의 입장에서는 완벽한 시즌의 옥에 티였으며 이때 아약스를 이기고 올라간 페에노르트는 우승을 이뤄냈기에 해당 항목에 작성했다.


5. 2010-11 시즌 레알 마드리드 (vs FC 바르셀로나)

FC 바르셀로나는 21세기를 대표하는 클럽 중 하나로 2008-09 시즌과 2014-15 시즌에 두 번이나 트레블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정작 팬들이 생각하는 FC 바르셀로나 구단 역사상 최고의 시즌은 2010-11 시즌이다.

전 세계 어느 팀을 상대로도 70%의 점유율을 내는 챠비와 이니에스타, 부스케츠의 중원과 막강한 화력을 뽐내는 메시-비야-페드로의 공격 라인이 유기적으로 완벽하게 움직였던 FC 바르셀로나는 실제로 승점 96점을 달성하며 승점 92점을 달성한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를 4점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으며 그 과정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1차전 캄프 누에서는 5-0 대승을 이뤄냈고 2차전 베르나베우에서도 1-1 무승부를 거뒀다.

 

 

엘 클라시코 역사상 가장 굴욕적인 경기중 하나에서 나온 장면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잉글랜드의 명문 아스날과 동구권의 맹주 샤흐타르 도네츠크를 압도한 뒤 4강에서 만난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를 원정에서 2-0으로 제압했으며 홈에서 1-1로 무승부를 거두며 탈락시켰다. 그리고 코파 델 레이에서도 빌바오와 베티스, 알메리아를 제압하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전 상대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세비야를 제치고 올라온 레알 마드리드였다.

레알 마드리드는 유럽에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바르셀로나와 맞서기 위해 인테르의 트레블을 이끈 주제 무리뉴를 감독으로 선임했으며 독일 대표팀 소속으로 월드컵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 메수트 외질과 사미 케디라를 영입하며 중원을 보강했고 이외에도 포르투갈 무대를 평정한 앙헬 디 마리아와 포르투와 첼시의 약진을 이끈 베테랑 수비수 카르발류를 영입하는 등 바르셀로나를 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으나 라리가와 챔피언스리그에서 펩의 바르셀로나와 네 번 맞붙어서 2무 2패로 한 번도 이기지 못하는 굴욕을 감내해야 했으며 코파 델 레이에서도 세간 사람들은 바르셀로나가 우승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제 무리뉴는 거친 플레이를 보여주는 센터백 페페를 수비형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시키며 중원을 수비적으로 구성했으며 압박에 약한 메수트 외질을 측면으로 배치해 압박으로부터 자유롭게 두는 신의 한 수를 두며 과르디올라가 이끄는 바르셀로나가 원활하게 볼을 소유하는 것을 견제했고 라인을 낮게 내려 바르셀로나의 맹공을 막아내며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 외질을 대신해 나온 디 마리아가 연장 전반 13분에 크로스를 올렸고 그 크로스를 호날두가 받아 헤더로 득점했다. 바르셀로나는 더욱더 공격을 강화했지만 카시야스의 선방에 죄다 막히며 결국 양 팀 합쳐서 8개의 옐로카드가 나온 혈투에서 주제 무리뉴의 레알 마드리드가 승리하며 최강이라 불리는 바르셀로나의 트레블을 4년 뒤로 미루게 했다.

 

 

2010-11 코파 델 레이 우승팀 레알 마드리드 (이미지 출처: headbandsandheartbreak.wordpress.com)



펩의 바르셀로나는 완벽한 경기력으로 라리가를 우승했으며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압도하고 우승을 차지했으나 이 경기의 패배는 구단 역사상 최고의 시즌에 옥에 티를 남기게 되었다.

 

 

그래도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뤄낸 바르셀로나


비록 옥을 만들어냈지만 옥에 티를 남기는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며 그 옥에 티를 만들어낸 상대가 라이벌이라면 이루 말할 것도 없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여러 구단들이 옥에 티를 남겼다. 물론 옥에 티가 있다고 그들이 일궈낸 위대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들의 이뤄낸 업적을 옥의 티 하나로 폄하하기에는 하나같이 너무나도 대단한 업적들이다.

그리고 대단한 업적에도 옥에 티가 있가애 이런 옥에 티조차 허용하지 않으며 트레블 및 6관왕을 이뤄낸 클럽과 감독들이 더 돋보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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