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지금은 벤투 감독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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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지금은 벤투 감독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토르난테 2022. 11. 1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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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카메룬과의 평가전에서 벤투는 이강인을 기용하지 않았고 이에 관중들은 이강인의 이름을 연호했으며 벤투 감독은 “자꾸 팀보다는 선수 개인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며 불편해했다.

그리고 지난 12일, 대한민국의 월드컵 최종 엔트리가 나왔으며 이강인은 최종 엔트리에 포함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대중들은 이강인을 주전으로 기용할 확률이 낮은 벤투를 비난했다.

물론 이강인은 U-20 월드컵 골든볼을 수상한 이력이 있는 대형 유망주였으며 현재에도 소속팀 마요르카에서도 팀의 플레이메이킹을 도맡으며 에이스로 활약한 선수가 맞다. 이런 스타플레이어를 원하는 팬들의 심정이 아예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벤투 감독의 입장에 대해서도 생각을 바로 해야 한다. 한쪽의 입장만 생각하는 것은 편향된 사고방식만 키울 뿐이며 이는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벤투와 이강인


첫째 선수 선발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벤투는 중원에서 조직적으로 볼을 점유하는 점유율 축구를 선호했으며 부임 초기부터 피보테에는 큰 키와 우수한 피지컬을 활용한 제공권 장악에 능하며 포백 보호에서 장점을 보인다. 이강인의 실질적인 경쟁자인 중앙 미드필더와 공격형 미드필더에는 이재성과 황인범이 나서는데 공격형 미드필더와 중앙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이재성은 박지성의 활동량과 이청용의 센스를 가졌다는 평가가 무색하게 소속팀 마인츠와 대표팀에서 모두 핵심 선수로 활약 중이며 황인범 역시 왕성한 활동량과 정확한 활동량은 물론 유려한 패싱력과 탄탄한 기본기까지 겸비한 완성형 중앙 미드필더이며 6번의 정우영과 10번의 이재성, 그 중간을 연결하는 엔진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 한국과 UAE의 경기. 패널티킥을 얻어낸 황인범과 이재성이 기뻐하고 있다.


이강인도 최근에는 약점으로 지적받던 활동량과 스피드에 대해 개선이 되었으며 공이 적게 오는 약체 마요르카에서 그나마 찬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창의적인 선수이지만 안정성에서 이재성과 황인범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기 힘들며 무엇보다도 4년간 발을 맞춰온 황인범-정우영-이재성 라인의 우수한 조직력을 포기하고 기용할 선수인가에는 의문이 따른다. 무엇보다 이강인은 발렌시아에서 제한된 출전시간으로 쭉 경기력이 좋지 못해 소집되지 못한 기간이 길었다가 최근에 마요르카 이적으로 돌파구를 마련한 케이스라 벤투가 중용하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선수였다. 그리고 최근 평가전에서 소집했지만 결국 출전하지 못한 것도 훈련장에서 벤투를 만족시키지 못한 부분이 있음을 부정하긴 어렵다.

1960년대 세계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였던 지안니 리베라가 발카레지 체제의 아주리 군단에서는 조커로 경기에 나섰던 사실을 기억하는가? 리베라는 기동력을 중시하는 발카레지 체제에서 경쟁자인 마촐라나 데 시스티에게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며 유로 1968과 1970 멕시코 월드컵에서 모두 슈퍼 서브로 경기에 나섰다. 심지어 리베라는 1969년에는 발롱도르를 수상하기도 했음에도 발카레지의 결정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탈리아의 축구팬들도 처음에는 발카레지 감독에 선택에 의문을 표하거나 비판했지만 그가 유로 우승과 월드컵 준우승을 이뤄내자 그의 선택이 대단했음을 인정하고 존중했다.

 

발롱도르 수상자 리베라도 이탈리아 대표팀에서는 백업이었다.


리베라는 발롱도르를 수상한 유럽 최고의 선수로 데 시스티는 물론 산드로 마촐라보다도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발카레지는 과감하게 그를 조커로 사용했다. 이강인이 황인범과 이재성의 레벨에 도달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으며 그들보다 확실한 우위라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를 기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 장수가 외지에 출정해 있으면 군주의 명령을 듣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손님은 왕이고 실제로 스포츠는 팬들에 의해 수명을 유지한다. 이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스포츠에 대해 이야기할 자격이 없는 사람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왕이라고 전문가는 아니다. 그렇기에 전문가를 코칭스태프로 세워서 선수들을 훈련시키고 지휘하게 한다.

실제로 현장을 지휘하는 지휘관은 그때그때 시의적절하게 대처해야 할 텐데 현지 상황을 전혀 모르는 임금의 명령이 도움이 될 확률이 높진 않다. 장수는 확실한 결과로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벤투는 아시아 최종예선에서도 이란을 포함한 중동팀들이 다수 포진한 어려운 조에서도 수월하게 본선 진출을 확정 지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최근 대표팀 감독들 중에서 중동 원정 수월하게 넘긴 감독이 얼마나 되는지를 생각하면 이는 대단한 부분이다. 슈틸리케가 중동 원정에서 고전하고 "한국에는 소리아와 같은 선수가 없어서 힘들다."와 같은 망언을 한 지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벤투의 성과는 더더욱 놀랍다.

 

중동 원정에서 고생하던 이 시절을 기억하라.


언론이 벤투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부분은 조회수가 그들의 수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친선전에서의 사소한 문제에도 침소봉대하며 벤투에 대한 욕을 하고 대중들이 원하는 이강인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래야 그들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 임금 주변에는 간신배가 항상 자리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간신배라고 특별하게 극악무도한 경우는 소수다. 다만 그들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다.

명군은 이런 간신배에게 휘둘리지 않는다. 명군 주변에도 외지에 나간 장수를 참소하는 일은 흔하다. 그러나 진시황은 대초전선 사령관 왕전을 적극 신뢰했으며 결국 왕전은 단 한 번의 전투로 초나라를 멸망시키고 진시황의 기대에 부응했다. 반면 명나라의 숭정제는 간신들의 모함에 넘어가 대청 전선의 명장 원숭환을 죽였으며 그 대가는 청나라와 이자성의 반군에게 둘러싸여 나라가 망하고 자신은 자결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전쟁이 조금 극단적인 예시라고 생각하면 과거 축구를 예시로 들겠다. 1974년에 서독 대표팀의 감독이었던 헬무트 쇤은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동독에게 패했을 때 언론의 강한 압박을 받아 직접 사과하는 굴욕까지 겪었다. 하지만 언론이 지목한 귄터 네처를 기용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과감하게 무시하고 소신대로 오베라트와 울리 회네스를 기용했으며 결국 서독은 크루이프의 네덜란드를 꺾고 월드컵 우승에 성공했으며 오베라트와 회네스도 뛰어난 활약을 펼쳤으며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일본 대표팀을 이끌던 오카다 감독도 평가전에서의 연패로 인해 언론의 괴롭힘을 받았지만 결국 본선에서 카메룬과 덴마크를 밀어내고 네덜란드에 이어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한 부분을 기억해야 한다.

 

독일 대표팀 역대 최고의 명장 헬무트 쇤은 네처와 오베라트 사이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켰다.


벤투는 언론에게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젠 우리 팬들의 차례다. 우리도 언론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결전의 그날까지 묵묵히 기다리고 응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벤투를 성역화하는 게 아니다. 만약 벤투가 월드컵 본선에서 자신의 작전이 실패하고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 그때 벤투를 비판해도 늦지 않는다는 소리다. 다만 지금은 벤투가 자신의 원하는 전략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우리가 최대한 응원해주는 게 맞는 도리라 생각한다.

이강인을 연호하며 벤투를 압박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벤투호의 승전을 바라는 게 팬들의 가장 이상적인 자세라 생각한다. 팬이 스포츠의 주인이라 생각한다면 우리 팬들이 제왕에 걸맞은 품격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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