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있던 이탈리아의 셀링 클럽을 추억하며

동네 축덕 아저씨의 축구 썰/동축아썰 칼럼

매력있던 이탈리아의 셀링 클럽을 추억하며

토르난테 2020. 11. 1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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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링 클럽

 

축구시장이 커지면서 재정이 강한 팀과 그렇지 못한 팀들 간의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재정이 강한 팀은 재정이 약한 팀이 키워낸 훌륭한 선수를 영입해 전력을 보강하며 재정이 약한 팀은 자신이 키워낸 선수 중에 몸값이 비싼 선수를 부유한 클럽에 판 수익을 보태며 구단을 운영한다. 그리고 성적과 수익을 동시에 얻기 위해 또 다른 스타플레이어가 될 원석을 찾으며 그 원석을 정성스럽게 키워낸다.

바르셀로나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라이트백 다니 아우베스와 레알 마드리드 역대 최고의 수비수인 세르히오 라모스는 스페인의 중견 셀링 클럽인 세비야에서 영입했으며 리버풀의 중흥을 이끄는 마네와 반 다이크는 잉글랜드의 대표적인 셀링 클럽 사우스햄튼에서 영입했으며 바이에른 뮌헨의 든든한 수문장 노이어와 중원의 엔진 고레츠카는 독일의 셀링 클럽 샬케에서 영입되었다.

세리에에도 이런 대표적인 셀링 클럽이 있다. 이 팀은 세계 각지에 스카우터를 보내며 수십 명의 유망주를 영입하며 자신의 위성 구단을 포함한 다른 구단으로 임대를 보내기도 하고 1군에 쓸만하면 1군 팀에 콜업시키며 선수들을 키워낸다. 그리고 이렇게 키운 선수들을 유벤투스, 인테르, 밀란, 나폴리 같은 자국의 강호는 물론이고 때에 따라서는 해외의 팀에게도 자신의 핵심 선수를 키워내서 판다.

1990년대 이후 이 팀에서 성공해서 다른 팀으로 떠난 선수들을 보면 기가 막힌 라인업이 나온다. 자 그림으로 보자

 


수 많은 좋은 선수를 만들어내며 그들을 경기에 뛰게 하며 몸값을 올려서 팔며 그 돈으로 운영하는 이 팀은 바로 유벤투스와 같은 비안코네리 기반의 유니폼을 입는 이 팀은 바로 우디네세 칼초이다.

 

귀돌린과의 만남

 

2010년에 부임한 프란체스코 귀돌린은 팔레르모에서만 몇 시즌 동안 몇 번씩 경질되고 복귀하고를 반복한 이력으로 유명했다. 그랬던 그가 파르마를 거쳐 1999년에 떠났던 우디네세로 돌아왔다.

무능한 감독은 절대 아니었지만 뚜렷한 성과 역시 보여주지는 못한 감독이라 우디네세는 2009-10 시즌에 기록한 15위라는 성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우디네세는 공격형 미드필더를 생략한 3-5-2 시스템을 채택하며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을 바탕으로 측면에서 빠르게 역습하는 축구를 구사했다. 중앙 미드필더들은 측면에서 전진한 부분을 커버했으며 공격진은 빠른 발을 이용하며 좋은 위치를 선점하거나 저돌적인 돌파 능력을 보여주며 득점했다. 이것이 잘 먹혀들며 리그 4위를 기록했다.

귀돌린은 특히 2011년 2월 13일에 열린 팔레르모전에서는 강력한 전방 압박으로 볼을 탈취한 이후에 측면에서 빠른 역습 전개를 활용하며 디 나탈레의 해트트릭과 알렉시스 산체스의 포트트릭으로 7-0으로 대승을 거두며 자신을 경질했다 선임했다를 반복한 잠파리니에게 통쾌한 복수를 하기도 했다.

 

팔레르모를 7-0으로 이긴 경기에서의 우디네세



2010-11 시즌을 4위로 보내며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우디네세는 여전히 가난한 구단이었고 선수단을 온전히 유지할 수 없었으며 매 시즌 새로운 플랜을 짜야했다.

공격의 핵심 산체스를 2600만 유로에 바르셀로나로 보냈으며 중원의 괴칸 인러를 1800만 유로에 보냈으며 주전 센터백 크리스티안 자파타를 900만 유로에 비야레알로 보냈고 임대 보냈던 시모네 페페와 마르코 모타를 유벤투스에 완전 이적시켰으며 칸드레바를 라치오로 임대 보냈다.

 

우디네세가 판 선수들 (출처: 트렌스퍼마켓)


그리고 또 여러 어린 선수들을 영입하며 훗날을 대비한다. 하지만 핵심 선수들이 빠져 조직력이 흔들리는 초반을 극복하지 못하고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에서 아스널에게 패해 탈락했다. 

유로파리그를 병행하며 이번 시즌도 어려울 것 같았지만 전술을 이전에 비해 수비적으로 가다듬었으며 잘 키워낸 선수들을 로테이션을 훌륭하게 하며 8경기 연속 무패를 두 번이나 기록하며 이번에는 팀을 3위로 올려놓으며 또다시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2011-12 시즌의 우디네세

 

산체스를 대체하는데 실패하며 득점이 13점이나 감소했으나 지난 시즌에 비해 좀 더 수비적인 운영을 하며 실점을 8개나 줄이는 데 성공했다. 지난 시즌에 비해 승점은 2점 적지만 순위는 더 높았다.

 

침체

 

하지만 성과를 내도 팔아야 구단이 운영되는 작은 구단 우디네세는 자신들의 시대를 만들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2012-13 시즌을 앞둔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수문장 한다노비치를 줄리우 세자르가 떠난 인터 밀란에 팔았으며 훗날 엄청난 득점력을 보이는 헤르만 데니스를 아탈란타에 팔았으며 이슬라와 아사모아 듀오는 유벤투스에 팔았고 아르메로도 나폴리에 팔았으며 가능성이 보이던 후안 콰드라도도 임대로 보냈다. 그리고 또다시 파라오니와 가브리엘 시우바 같은 유망주를 데려왔다.

2012-13 시즌 이적시장 (출처: 트렌스퍼마켓)


2012-13 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에서 브라가를 이기고 꿈에 그리던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진출했으나 리버풀과 러시아의 안지 마하치칼라, 스위스의 영 보이스에게 모두 밀리며 1승 1무 4패로 조 4위로 탈락해 유로파리그에도 가지 못했다. 그나마 위안거리라면 리버풀을 안필드 원정에서 3-2로 격파했다.

하지만 이탈한 핵심 선수들을 제대로 대체하지 못해 리그 5위로 떨어졌으며 이번엔 수비의 핵 베나티아가 로마로 이적했으며 우측면 자원인 콰드라도와 칸드레바는 각각 피오렌티나와 라치오로 완전 이적했다.

2013-14 시즌에는 힘이 빠져 14위로 떨어졌으며 귀돌린 감독은 우디네세를 떠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반기에 은퇴를 선언했던 디 나탈레가 은퇴를 번복했다.

10년간 우디네세를 외롭게 이끌던 공격수 디 나탈레


게다가 포초 가문이 운영하는 또 다른 팀인 왓포드가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해 엄청난 돈벌이가 되자 원래 우디네세의 위성구단이던 왓포드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며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설상가상으로 2016년에는 디 나탈레가 은퇴하며 우디네세는 간신히 잔류에 성공하며 가끔 나타나는 훌륭한 선수를 파는 구단으로 다시 돌아가며 그나마 훌륭한 선수가 나오는 빈도도 예전만 못한 상황이다.

프리미어리그와 세리에의 시장 차이로 인해 결국 포초 가문은 왓포드를 메인 구단으로 돌리면서 우디네세의 입지는 줄어들고 있다. 

축구도 결국 사업이 되었으며 사업은 금전적인 이익을 목적으로 한다. 프리미어리그는 성공적인 시장을 구축했으며 이에 왓포드같은 중위권 팀도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세리에는 경기장 소유가 구단의 소유가 아닌 것부터 시작해서 프리미어리그에 비해 시장성도 낙후되며 수익성에서도 밀리게 되었다.

우디네세의 불행은 단지 작은 구단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세리에가 컸으면 포초 가문이 자국에 연고를 둔 우디네세보다 왓포드를 우선시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왓포드를 주력으로 투자하는 게 돈이 더 되니까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프로축구는 더 이상 순수한 스포츠가 아니다. 시장의 흐름에 거스르면 결국 도태된다. 각 리그는 프리미어리그의 시장성을 모델로 새롭게 발전해야 한다.

 

동네 축덕 아저씨의 축구 썰 - 박수용의 토르난테 관리자
박 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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