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부르크의 퍼거슨, 크리스티안 슈트라이히의 스토리

동네 축덕 아저씨의 축구 썰/동축아썰 칼럼

프라이부르크의 퍼거슨, 크리스티안 슈트라이히의 스토리

토르난테 2024. 5. 20. 14:35
728x90
728x90

1. 서론

 

"이 클럽은 저에게는 인생과 같습니다. 저에게는 위대한 클럽이고 좋은 시간들을 보냈지만, 하지만 지금이 가장 작별하기 좋을 때라 생각합니다."

- 크리스티안 슈트라이히

 


2023-24 시즌, 분데스리가 최장수 감독이자 프라이부르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크리스티안 슈트라이히 감독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비록 분데스리가 우승은 이뤄내진 못했지만 프라이부르크 1군 감독으로만 13년간 머물면서 분데스리가 역사상 최장수 감독으로  이름을 남겼고 U-19팀 감독 및 수석코치 시절까지 포함하면 총 29년간 프라이부르크에 머물렀던 터줏대감이었다.

위기에 빠진 프리이부르크를 팀의 소방수로서 구하면서 1군 감독 경력을 시작했던 슈트라이히는 2012-13 시즌, 트레블을 이뤄낸 유프 하인케스를 제치고 키커 선정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고 2021-22 시즌에는 독일 올해의 감독과 VDV 분데스리가 시즌의 코치에 선정되며 독일 국적의 여러 명장들 사이에서도 뛰어난 성과를 냈으며 구단 규모가 작고 재정이 풍족하지 못한 프라이부르크로 여러 차례 중상위권에 오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런 화려한 개인 커리어와는 반대로 개인은 참 소박했는데 평소 화려한 슈퍼카가 아닌 자전거를 타고 경기장에 출근했고 2021년 1월에는 프라이부르크에 폭설이 왔는데 경기장 관리자들을 돕기 위해 경기장에 쌓인 눈들을 코치들과 함께 치우는 훈훈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으며 자신의 커리어에 큰 위기가 온 선수들을 구해주며 팀원들의 존경을 받았는데 특히 그리포는 경기 도중 그를 어깨로 밀친 프랑크푸르트의 다비드 아브라함에게 거칠게 항의하다가 프라이부르크의 아버지를 지켜냈다.

 

슈트라이히를 공격한 아브라함에게 항의하는 프라이부르크 선수단




프라이부르크의 알렉스 퍼거슨이자 프라이부르크 선수단의 아버지이자 스승이며 동시에 구단 관계자들과 팬의 친구였던 슈트라이히, 오늘은 그가 프라이부르크에서 보낸 커리어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한다.


2. 무명 선수 출신의 지도자로 시작해 유소년 무대를 평정하다.

 

크리스티안 슈트라이히는 선수 시절에 흔히 주목받지 못했던 하부리그의 흔한 축구선수였다. 1987-88 시즌 당시 2. 분데스리가에 있던 프라이부르크를 잠시 거치기도 했는데 한 시즌만에 팀을 떠났기에 당시에는 스쳐가는 인연으로 알았을 것이다. 그러다가 1994년에 중족골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지속할 수 없게 되자 은퇴했다. 그리고 1995년에 분데스리가에서 3위를 차지한 프라이부르크 U-19팀의 감독으로 부임한다.

 

 

선수시절의 슈트라이히는 슈투트가르트 키커스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U-19팀에 부임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펼치기 시작한 슈트라이히는 유스팀에서 데니스 아오고, 외메르 토프락, 올리버 바우만, 조나탕 피트로이파, 다니엘 슈바브 등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선수들을 발굴하고 육성한 슈트라이히는 주니어 DFB포칼에서 3회 우승했고 2008년에는 U-19 분데스리가에서도 우승하며 유소년 무대를 평정했다.

낭중지추라고 했던가 상술한 슈트라이히의 뛰어난 능력을 눈여겨본 신임 감독 로빈 두트는 2007-08 시즌을 앞두고 슈트라이히에게 프라이부르크 1군 팀의 수석코치를 겸직해 자신을 보좌하게 했다. 그는 두트를 훌륭하게 보좌하며 2008-09 시즌에는 프라이부르크의 2. 분데스리가 우승과 1부 리그 승격에 기여하면서도 유소년 팀에서도 꾸준하게 성적을 내며 자신의 가치를 높여갔다.

 

 

슈트라이히와 그를 알아봐 준 로빈 두트



두트를 보좌하며 많은 것을 배운 슈트라이히는 프라이부르크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으나 2011-12 시즌을 앞두고 감독 유프 하인케스를 바이에른에 내준 레버쿠젠이 그의 대체자로 두트를 원했고 두트 역시 큰 물에서 놀기를 원했기에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준우승 팀인 레버쿠젠으로 둥지를 옮겼다. 그리고 신임 감독으로 마르쿠스 조어크가 오자 슈트라이히는 그를 보좌했다.

하지만 마르쿠스 조어크는 최악의 부진으로 경질되었는데 조어크가 프라이부르크에서 기록한 성적은 17경기를 치르고도 승점 13점에 불과했고 팀 내 주포이자 분데스리가 득점왕 경쟁을 하던 파피스 뎀바 시세 역시 이러한 현실에 지쳐버리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뉴캐슬 유나이티드로 팀을 떠났다. 이에 구단 수뇌부들은 슈트라이히에게 감독직을 맡긴다.


3. 분데스리가 정상급 감독으로 성장하다.

 

1995년 처음 지도자 생활을 한 이후 16년 만에 프라이부르크 1군 감독에 오른 슈트라이히는 감격할 새도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는데 겨울 휴식기 동안 팀을 빠르게 수습하고 자신의 1군 감독 데뷔 무대에서 아우크스부르크를 상대로 1-0으로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후반기 17경기에서 7승 6무 4패라는 호성적을 거두고 잔류에 성공했으며 심지어 분데스리가 10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거두기도 했다.

이 대단한 성과를 전반기 17경기에서 9골을 기록한 에이스 파피스 뎀바 시세 없이 이뤄냈는데 그의 대체자였던 말리의 공격수 가라 뎀벨레는 16경기에서 1골을 넣는 최악의 부진을 기록했지만 슈트라이히는 이에 굴하지 않고 팀에 다양한 공격패턴을 입히며 득점 루트의 다변화를 이뤄내 생존할 수 있었다.

 

시즌 도중 팀을 떠난 에이스 파피스 시세



2012-13 시즌, 프라이부르크는 마티아스 긴터, 다니엘 칼리주리와 같은 유소년 팀 출신 선수들이 기량을 만개했고 강등된 장크트 파울리의 에이스 공격수 막스 크루제를 영입하는 등 전력 보강에 성공했지만 그럼에도 세간에서는 여전히 프라이부르크는 중위권 미만의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슈트라이히와 프라이부르크는 이런 세간의 예상을 가볍게 비웃었는데 공격진의 결정력 부재로 매 경기 고전하긴 했지만 탄한 조직력과 견고한 수비력을 앞세운 슈트라이히의 프라이부르크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분데스리가 준우승이라는 성적을 거뒀다. 특히 수비조작력이 가히 일품이었는데 34경기에서 40실점만 내주며 바이에른 뮌헨과 레버쿠젠에 이어 분데스리가 최소 실점 3위를 기록했다. 이는 마츠 훔멜스와 네벤 수보티치 듀오를 앞세운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내준 42실점보다도 적은 수치였다.

상술한 활약을 인정한 키커는 트레블 및 분데스리가 역대 최다 승점 신기록을 세운 유프 하인케스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결승 진출을 이룬 클롭을 제치고 크리스티안 슈트라이히에게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2013년에는 키커 주관 독일 올해의 감독을 수상한 슈트라이히




4. 강등의 아픔을 이겨내고 한 단계 더 도약하다.


물론 슈트라이히 체제의 프라이부르크 역시 어려운 순간도 있었다. 크루제와 칼리주리 같은 에이스 카드들은 각각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와 볼프스부르크로 이적하고 그 선수들을 유스 선수와 무명 선수로 대체했지만 이번에는 간신히 잔류하는데 그쳤으며 2014-15 시즌에는 팀의 에이스이자 주전 골키퍼인 올리버 바우만마저 이적했고 그를 대체하지 못해 강등의 아픔을 경험하기도 했다.

강등으로 인해 주전 선수들 다수가 팀을 떠났지만 슈트라이히는 팀을 빠르게 수습했는데 바이에른 뮌헨에서 1군 생활을 한 경험이 있는 닐스 페테르센과 호펜하임 출신의 빈첸초 그리포를 데려와 공격진을 재편했고 바우만과 뷔어키가 떠난 골문에는 쇼블로프를 발굴했다. 그리고 이들의 활약으로 2부 리가 우승을 이뤄내며 다시 분데스리가로 올라왔고 2016-17 시즌에는 분데스리가 7위를 거두며 유로파 리그에 진출했다.

 

닐스 페테르센을 두고 프라이부르크 팬들은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지만 그래도 당신은 거기에 가까웠다."라고 호평했다.



그리고 2021-22 시즌에는 완벽하게 부활에 성공하며 분데스리가 6위 및 DFB포칼 결승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슈트라이히 개인의 전술적인 역량 역시 호평가를 받으며  VDV 분데스리가 올해의 감독에 선정되었고 연말에는 독일 올해의 감독에 선정되었다

 

 

2020-21 시즌 프라이부르크

 

 

이후 2022-23 시즌에도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두고 경합하며 분데스리가 5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지만 프라이부르크를 상대로 4위 경쟁에서 이긴 우나이 시몬 체제의 우니온 베블린에 의해 묻혔다. 그래도 투헬의 바이에른 뮌헨을 DFB포칼에서 제압하는 좋은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2023-24 시즌에는 유럽대항전 진출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지만 여러 한계에 봉착하며 상승세를 이어나가지 못했다. 이에 슈트라이히는 시즌 종료 후 감독직 은퇴를 선언하며 프라이부르크에서의 지도자 커리어를 마무리한다.


5. 용병술의 귀재

 

슈트라이히는 전술의 철학적인 측면에서 아리고 사키나 펩 과르디올라처럼 확고한 철학자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런 성향이 아니었기에 상황에 맞는 유연한 운영에 능해 3백 시스템과 4백 시스템을 팀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사용하면서도 팀의 조직력을 빠르게 올리는데 능했다. 그리고 오랜 시간 유소년팀 감독을 맡았기에 유스 발굴에 뛰어났는데 이는 구단 사정이 열악한 프라이부르크와 잘 맞았다.

 

뛰어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디테일한 압박 체계



전술적인 부분에서도 부족하지 않지만 그의 진가를 하나만 뽑자면 적재적소의 용병술이다. 항상 선수단이 이탈해도 저평가받았던 선수나 존재감이 없는 선수들을 데려와 비싸게 팔린 전임자들을 완벽하게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2021-22 시즌을 앞두고 밥티스타 산타마리아가 스타드 렌으로 이적했고 마인츠에서 임대한 골키퍼인 플로리안 뮐러는 임대에서 복귀해 슈투트가르트로 이적한 상황을 맞아서도 막시밀리안 에게슈타인, 마크 플레켄, 그리고 슐로터벡과 정우영을 앞세워 그들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워냈다.

 

토르난테 선정 슈트라이히 올스타 스쿼드



부록으로 슈트라이히의 프라이부르크 체제 베스트 일레븐을 선정해봤다. 슈트라이히는 이들 대부분을 팔고도 다른 대체자를 만들어냈을 정도로 뛰어난 용병술이었다.

마지막으로 슈트라이히는 선수단을 완벽하게 통솔하는 강력한 리더십으로도 유명한데 2019-20 시즌 11라운드 프랑크푸르트전 도중 프랑크푸르트의 수비수 아브라함이 슈트라이히를 공격해 어깨로 밀어서 넘어트렸다. 그때 프라이부르크의 선수들은 모두 슈트라이히를 위해 아브라함을 공격하려 했었고 그리포는 실제로 슈트라이히를 위해 아브라함을 폭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슈트라이히가 제지하자마자 일사불란하게 제 자리로 돌아갔던 일화가 있었을 정도로 인정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지휘관이기도 하다.


6. 헌사

여러분들에게 축구 역사상 최고의 감독을 묻는다면 알렉스 퍼거슨, 펩 과르디올라, 엘레니오 에레라나 리누스 미헬스, 그리고 주제 무리뉴 등 다양한 답이 나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프라이부르크의 선수단과 팬들에게 이 질문을 던진다면 이들은 당연히 크리스티안 슈트라이히"라고 대답할 것이며 그 누구도 이를 비웃을 수 없다.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묵묵히 프라이부르크를 위해 헌신한 슈트라이히, 그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축구계를 떠나지만 프라이부르크의 팬들은 그가 프라이부르크에서 이뤄낸 많은 업적과 추억, 그리고 소박한 모습과 뛰어난 용병술과 같은 그에 대한 모든 것들을 잊지 못할 것이다.

프라이부르크의 아르센 뱅거이자 알렉스 퍼거슨, 프라이부르크의 푸스발 고트 크리스티안 슈트라이히, 그의 업적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