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축덕 아저씨의 축구 썰/동축아썰 칼럼

과연 바이에른에서 다이어 하나만 문제인 걸까?

토르난테 2024. 4. 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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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인체를 구성하는 조직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특히 척추는 주요한 신경 축으로 척추의 각 부위는 모든 장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신체 장기와 연결된 척추에 문제가 생기면 폐나 심장 등 장기와 근육의 기능에까지 영향을 준다.

 

 

척추와 장기의 연관성



척추는 7개의 경추, 12개의 흉추, 5개의 요추로 이뤄져 있다. 척추 뼈의 양옆에는 심장, 위, 간, 쓸개, 췌장, 콩팥과 연결된 자율신경계가 지나간다. 자세가 비뚤어지면 배설, 호흡에 관여하는 자율신경계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는데 자율신경계는 우리 몸의 기능을 조절하는 신경계로 호르몬 분비, 혈액순환, 호흡, 소화, 배설과 같은 기능을 조절해 준다. 동공 확대, 혈관의 수축 등 몸이 빠르게 반응해야 하는 경우에 척추에 있는 자율신경계가 작동하는데 척추의 균형이 깨져서 신경이 압박을 받으면  자율신경계가 관리하는 장기의 기능도 저하된다.

목뼈에 문제가 생기면 두통, 불면증, 불안, 우울증이 생길 수 있으며 시야가 흐려지고 쉰 목소리, 급성 인후염과 같은 질환의 발병 원인이 된다. 심지어 축농증 역시 이에 영향을 받는다. 이 상황에서 특정 신체부위가 아픈데 아픈 부위만 직접적으로 탓하면 아무 의미 없다.

축구에서도 마찬가지다. 전체적으로 시스템이 잘 돌아가지 못하는 구단에서는 선수 한 명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게 그 선수만의 잘못이 아님에도 일부 분노한 팬들의 범인 찾기에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부진하는 게 그들만의 탓일까?


온갖 병으로 고생하는 드레센-투헬 체제의 바이에른

지난 시즌 나폴리에서 세리에 A를 완벽하게 평정한 김민재가 바이에른으로 이적하자 바이에른 뮌헨은 국내에서도 유래 없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소위 레바뮌이라고 불리는 명문 구단에 한국인 선수가 주전급으로 이적한 사례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천하의 박지성조차 로테이션 2010년대 레바뮌에 비해 반 수 아래였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로테이션 멤버에 그쳤고 손흥민은 본인은 리그 정상급 선수지만 그가 머문 팀은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노릴 수 없는 수준의 팀이다.

 

 

 



그러나 이번 시즌 바이에른 뮌헨은 2008-09 시즌 이래 최악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분명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월드클래스 선수로 평가받았던 요주아 키미히, 알폰소 데이비스, 누사이르 마즈라위는 최악의 부진을 보였고 김민재와 라이머 역시 지난 시즌에 비해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으며 투헬의 전술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게다가 더리흐트와 부흐만의 부상으로 김민재와 우파메카노는 많은 경기를 소화했다. 이 과정에서 김민재 곁에 있는 키미히와 알폰소 데이비스의 부진은 돋보였고 그들은 국내 팬들의 먹잇감이 되었다.

그러던 중 겨울 이적시장에서 바이에른 뮌헨은 토트넘 핫스퍼에서 최악의 시기를 보내던 에릭 다이어를 영입했다. 당초 팀의 네 번째 센터백으로 평가받았던 다이어는 김민재가 아시안컵으로 떠나고 우파메카노가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패배의 원인을 제공하는 실책을 범하자 더리흐트와 함께 주전으로 올라섰다. 다이어는 손흥민이 있던 토트넘 핫스퍼에서 부진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국내 팬들은 바이에른의 부진을 단지 유능한 김민재가 나서지 못하고 무능한 다이어가 나섰기에 이길 경기를 진다고 생각했다. 희생양이 키미히와 알폰소 데이비스에서 다이어로 옮겨갔고 대패한 레버쿠젠전에서 수비라인 지휘를 위해 손짓을 한 것을 두고 "못하면서 잘하는 척한다."라는 근거 없는 비난을 하기도 했다.

 

 

다이어의 손짓을 조롱하는 국내 기사 썸네일



막상 다이어 대신 하이덴하임전에 출전한 김민재 역시 패배의 단초를 제공하는 실책을 범했다. 출전하는 선수마다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은 선수 한 명의 문제가 아니다. 팀의 작전권을 쥐는 감독, 더 나아가서는 팀에 맞지 않는 감독을 선임한 보드진의 실책이다.

보드진은 팀의 척추고 이들의 총책임자는 팀의 두뇌와 같다. 인체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몸상태에 맞는 운동을 해야 하고 거기에 맞는 트레이너를 선임해야 하는데 이는 두뇌가 판단한다. 축구 클럽도 마찬가지다  팀의 구성과 현재 상황에 맞는 감독을 선임해야 했고 이는 보드진의 최종 결정권자가 판단해야 했다. 투헬을 선임했던 전임 결정권자 올리버 칸은 이 부분에서 큰 실책을 저질렀고 결국 경질당했다. 그러나 새로운 뇌 역할을 하는 드레센 역시 이미 지난 시즌에 맞지 않음이 증명되었던 투헬에게 기회를 더 줬음은 물론 새로 개편된 예하 보드진과 다른 입장을 표명한 것이 언론에 나오는 등 서로 호흡이 잘 맞지 않고 있다. 혼란한 윗 상황은 감독 및 코치진은 물론, 선수단에까지 영향을 미쳤는데 실제로 키미히는 투헬의 수석코치 졸트 뢰브와 다툼을 벌였고 투헬 역시 다수의 선수와 불화설을 겪으며 라커룸 통제에 실패했다는 기사도 자주 나왔다.

 

 

키미히와 졸트 뢰브, 이들의 다툼으로 구단은 언론으로부터 망신을 당했다.



투헬의 정적인 전술 역시 바이에른과 맞지 않는다는 부분이 여러 번 증명이 되었는데 처음에는 맞지 않아도 일단 가장 기량이 좋은 선수들을 기용했다. 그래서 전술적으로 좋지 못해도 선수들 개인의 역량으로 이기는 경기가 나왔다. 그러나 선수들이 자신의 전술에 의문을 표한 것으로 추정되는 후반기에는 철저하게 자신의 전술에 맞는 선수를 기용했는데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기량이 바이에른 뮌헨 주전급이 되지 못하는 선수들을 기용하면서 무너졌고 결국 최근 10번의 공식 경기에서 4승밖에 챙기지 못했다. 심지어 4승도 투헬이 기존에 사용한 전술이 아닌 선수단의 재량에 맞긴 전술이었다. 잘못된 자세로 인해 생긴 거북목이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이렇게 좋지 않은 경기력은 겉보기도 좋지 않아 언론의 장난감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클린스만 이후로 바이에른 역대 최악의 감독으로 평가받는 토마스 투헬

 


바이에른의 보드진들 역시 투헬과 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했는지 이번 시즌을 끝으로 결별하기로 했다. 그러나 팀에 맞는 적절한 감독을 찾지 못하면 이번시즌과 같은 일이 반복할 것이다. 새로 단장으로 부임하는 에벨이 대개혁을 예고한 만큼 팀에 적합한 감독을 영입하고 그에 맞는 선수단을 꾸려야 한다. 그래야 다시 레바뮌이라는 명성을 찾을 수 있다. 조직은 마치 인체와 같아 한번 습관을 잘 못 들이면 다시 되돌리기 어렵고 이는 작은 조직보다 큰 조직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자세 좋지 않은 사람들은 잘 생각해 보자 십 년 넘게 잘못 교정된 자세를 다시 바르게 교정하는 게 쉽던가? 아니잖는가? 개인도 그런데 개인이 모인 조직은 더 어렵다.


결론

예시를 바이에른으로 들었지만 다른 클럽들을 보자. 잘하는 팀은 마치 건강한 몸처럼 대단한 협응력을 보이며 움직인다. 맨체스터 시티는 크루이프의 철학에 최적화된 보드진과 감독, 그리고 선수들을 영입해 유럽 정상급으로 성장했고 각 리그에서 우승을 노리는 레알 마드리드, 바이어 레버쿠젠, 인테르 밀란도 보드진과 감독, 그리고 선수의 협응력이 하나같이 좋은 구단들이다.

 



반면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첼시. 유벤투스, 그리고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는 보드진과 감독, 선수들이 일치단결하지 못함은 물론 보드진은 보드진 내부에서 협응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고 있으며 감독과 선수, 그리고 선수끼리도 잘 맞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고 그렇기에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는 것이다. 2010년대 중반 AC 밀란과 인테르 밀란 역시 위에서부터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기에 기대하고 데려온 선수들 마냥 소위 먹튀로 전락했고 감독들은 한 시즌을 넘기지 못하고 경질되었다. 그들의 체급은 높지만 실속이 없기에 체구는 작지만 실속이 꽉 찬 클럽들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이는 데에는 우연이 아니다. 뇌부터 잘못됐는데 어떻게 이기겠는가? 원래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샌다.

 

 

맨유에서 힘든 시기를 보내는 텐하흐



축구팀을 포함해 사람들이 구성한 조직은 마치 인체와 같이 뇌의 지휘 아래 서로 조화를 이루며 움직이는데 당연히 협응력이 좋으면 규모가 작아도 좋은 퍼포먼스를 낼 수 있지만 서로 협응이 안되고 불균형한 상태면 규모가 커도 제 역할을 못하게 되는 것이다. 개개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중요한 건 우수한 역량의 개인이 서로 한 몸과도 같은 호흡을 보이며 아름다운 하모니를 선보이는 것이다.

내가 응원하는 바이에른을 포함해 여러분이 응원하는 클럽들이 현재 상태에 최적화된 감독을 선임하고 클럽에 긍정적인 습관을 이식하길 바라고 또한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분들 역시 여러분들의 신체에 좋은 습관을 가지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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